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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단상에 에미넴의 ‘lose yourself’라는 곡을 올렸습니다. 뮤직비디오와 영어원문과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오랜만에 오후 내내 집에서 빈둥거리며 티브이를 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뮤직비디오입니다. 에미넴이란 가수를 처음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역시 케이블 티브이를 보다가, 미국의 무슨 음악상(그래미?) 시상식에서 그의 모습을 처음 봤죠. 아마 ‘without me’라는 곡이었을 겁니다. 그 뮤직비디오에서는, 빈 라덴 복장을 한 우스꽝스런 모습의 에미넴을 볼 수 있죠. 그리고 이번 곡 ‘lose yourself’는 우연히도 오늘 낮에 운전을 하다가 듣게 되었습니다. 좋더군요. (사실 이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이 음악이 사운드 트랙으로 쓰인 영화 '8mile'의 예고편을 통해서..
오랜만에 물고기통신을 써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겠죠.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말일까요?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많은 일들은 아닌 거겠죠. 마치 긴 여행에서 돌아온 기분이 듭니다. 다시 제 방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 여전히 제 방은 그대로인지, 또 제 자신도 그대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하나 점검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 이번 일을 통과하면서 저는 제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나는 어떤 인간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뭘 배웠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잠정적으로 이렇게 내려봅니다.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러나 이제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부조리’가 있다. 첫 번째는, 전체 중에 하나의 요소를 따로 떼어 내어 바라보게 될 때 느끼는 부조리다. 그것은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서는 전혀 부조리하지 않다. 이치에 닿는다. 하지만 억지로 그 문맥에서 떼어내면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 이치에 닿지 않는 일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는 수없이 많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전체의 문맥에서 어느 한 요소만을 떼어내어, 그것이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매도한다. 하지만 이 첫 번째 ‘부조리’는 진짜 부조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반대로 전체 속의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이치에 닿는다. 누군가 우리에게 그 하나하나를 따로 따로 보여주고 설명한다면 우리는 매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즐거운 일은 어째서 끝나는 걸까? 그건 슬프고 괴로운 일이 끝나기 위해서야. 하지만 내가 정작 궁금한 건, 즐거운 일이 끝났을 때, 또 슬프고 괴로운 일이 끝났을 때, 우리는 그 이전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이다. 돌아가기나 할 수 있는가 이다.
누군가에게 뭔가 무척 말하고 싶을 때, 그 말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그 말들은 대개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반대로 어떤 소용이 닿는 말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대체 말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나는 집착이 강한 편이다. 남들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들을 개인적으로 잘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집착에 관한 한 내 자신 잊지 않기 위해 되새기고 경계하는 실정이라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집착이 강하다. 남들이 믿든 안 믿든, 실제로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란 인간을 그렇게 여기든 여기지 않든, 이건 내 문제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몇 가지의 확실한 사례를 끄집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래서 어느 때인가, (그게 몇 살 때였지?)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일들에 대해 무관심해지길 바랐다. 무관심해지기. 이것은 내 삶의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일들에 대해 무관심해질수록 내 자신이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느꼈다. 이전에도 한 번 말했..
장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매해 겨울, 장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장갑을 사 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장갑을 끼고 겨울을 보낸 것은 아주 어렸을 때나, 군대 시절밖에 없습니다. 분명 장갑을 끼면 손이 아주 따뜻해집니다. 손이 시린 걸 제가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는 장갑을 사지 않는 걸까요? 언젠가는 분명 장갑을 끼게 될 겁니다. 제가 장갑을 사지 않는 데 별 이유가 없는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장갑을 사는 데에도 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장갑을 끼고 겨울 거리를 걸으면서, 제가 장갑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또 오랫동안 제가 장갑을 끼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는 것도 ..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오랜만에 팻맨시니의 음악을 들으며 담배를 피워 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쩐지 아침에는 그의 음악이 듣고 싶어집니다. 반복되는 세월이란 무엇보다 값진 것이다, 라는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시시하고 뻔한 문장이지만, 이제 몇 달 후에 서른한 살이 되는 저로서는 새삼 절감하게 되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젊은 시절, 꽤나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들, 심장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던 일들도 세월이 흐르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그 일로부터, 그 감정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와 생각하면 당시에는 분명 보지 못하고 취하지 못했던 관점이 있었던 겁니다. 항상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