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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일기 5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일기 5

물고기군 2002. 11. 29. 12:21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부조리’가 있다. 첫 번째는, 전체 중에 하나의 요소를 따로 떼어 내어 바라보게 될 때 느끼는 부조리다. 그것은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서는 전혀 부조리하지 않다. 이치에 닿는다. 하지만 억지로 그 문맥에서 떼어내면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 이치에 닿지 않는 일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는 수없이 많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전체의 문맥에서 어느 한 요소만을 떼어내어, 그것이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매도한다. 하지만 이 첫 번째 ‘부조리’는 진짜 부조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반대로 전체 속의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이치에 닿는다. 누군가 우리에게 그 하나하나를 따로 따로 보여주고 설명한다면 우리는 매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래, 맞아. 이해가 돼. 하지만 그것이 전체를 이루었을 때, 그 전체는 ‘부조리’하다. 이것이 진짜 부조리다. 어딘가 잘못된 점이 있음을 우리는 막연하게 짐작하고 불안해 하지만, 결코 그 잘못을 찾아낼 수가 없다. 그것이 ‘부조리’함을 느끼지만, 반박하지 못한다. 이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진짜 부조리는, 결코 부조리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 부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잘못에 의해 성립되고, 그것을 통해 그 부조리함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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