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65 본문
나는 집착이 강한 편이다. 남들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들을 개인적으로 잘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집착에 관한 한 내 자신 잊지 않기 위해 되새기고 경계하는 실정이라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집착이 강하다. 남들이 믿든 안 믿든, 실제로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란 인간을 그렇게 여기든 여기지 않든, 이건 내 문제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몇 가지의 확실한 사례를 끄집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래서 어느 때인가, (그게 몇 살 때였지?)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일들에 대해 무관심해지길 바랐다. 무관심해지기. 이것은 내 삶의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일들에 대해 무관심해질수록 내 자신이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느꼈다.
이전에도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집착을 이끄는 힘은, ‘헛된 희망’이다. 지금껏 갖은 수를 다 써 봐도 어찌 할 수 없었지만, 아직 내가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직 내가 하지 않은’ 어떤 일을 하게 된다면 금방이라도 그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명명백백하게 판명될 일이지만, 이미 그것은 없다. 끝났다. 이제는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 그만두자.
매번 똑같다. 나는 때로 내 자신이 시야를 가린 경주마가 된 기분이다. 분명 내게는 치명적인 사각이 있을 거라는 걸 안다. 지금 내가 가진 ‘희망’이 헛된 것이고 집착이라는 걸 안다. 결국 진정한 희망이란, 헛된 희망, 집착을 버림으로써만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진정 그만둘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만일 한 인간이 평생 동안, 진정으로 그만둘 수 없다고 느끼는 일 하나도 가지지 못한다면, 그렇지 않아? 그건 삶이라고도 할 수 없지. 역시 나는 집착이 강한 인간이다. 아직 어린아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렇지.
- 단상들 '집착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