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통신 63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오랜만에 팻맨시니의 음악을 들으며 담배를 피워 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쩐지 아침에는 그의 음악이 듣고 싶어집니다.
    반복되는 세월이란 무엇보다 값진 것이다, 라는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시시하고 뻔한 문장이지만, 이제 몇 달 후에 서른한 살이 되는 저로서는 새삼 절감하게 되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젊은 시절, 꽤나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들, 심장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던 일들도 세월이 흐르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그 일로부터, 그 감정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와 생각하면 당시에는 분명 보지 못하고 취하지 못했던 관점이 있었던 겁니다. 항상 그렇지만, 산다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 복잡성은 물론 그 일 안에서는 결코 발견하기 힘듭니다. 그 일을 겪고,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그 어렴풋한 복잡성을 느끼고, 결국 어떤 의미에서는 그 형태를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시간은 언제나 우리의 배움에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됩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간이 우리의 감정을 무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앞서 말한 형태를 구성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제 머리 속에 떠올랐던 문장은 ‘물러서서 바라본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금방, ‘비켜선다.’라는 단어도 떠올렸지만, 아무래도 ‘물러선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그 ‘물러섬.’의 끝, 죽음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계속해서 물러서는 일이 아닐까. 죽음이란 우리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낯선 장소가 아니라, 처음에 우리가 출발했던 오래된 장소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미래의 경험이란, 앞으로의 시간이란, 우리가 아직 기억해내지 못한 오래된 꿈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