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64 본문
장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매해 겨울, 장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장갑을 사 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장갑을 끼고 겨울을 보낸 것은 아주 어렸을 때나, 군대 시절밖에 없습니다. 분명 장갑을 끼면 손이 아주 따뜻해집니다. 손이 시린 걸 제가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는 장갑을 사지 않는 걸까요? 언젠가는 분명 장갑을 끼게 될 겁니다. 제가 장갑을 사지 않는 데 별 이유가 없는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장갑을 사는 데에도 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장갑을 끼고 겨울 거리를 걸으면서, 제가 장갑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또 오랫동안 제가 장갑을 끼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는 것도 다 잊어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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