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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잘 몰랐는데, 문득 보니까 3월이다. 2월이 끝난 줄도 모르고. 3월이다.
'사랑하기 좋은 날', 이건, 내가 서명을 한, 몇 안되는 한국영화중의 하나다. 그러니까, 플룻이니 카메라 워크니, 미장센이니 배우들의 연기니를 따지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순전히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영화다. (반대로 말하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좋은 영화'라는 판단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아마 이런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부류에 집어넣을 수 있을 텐데,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나, 뭐지, 장돈건이랑 김희선이 나왔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를 생각하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언급한 영화들보다, 장점이 더 많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냐면, 최민수(또 개인적으로는 최민수는 이런 영화에서 훨씬 더 ..
사랑은 언제나, 두 사람의 문제입니다. 이 말은, 두 사람일이니까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든지, 혹은 신경 쓰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를테면, 사랑은 혼자서 할 수 없다는 일이겠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관계 속에 의미를 만드는 방식, 혹은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안에 타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1999년 여름의 메모
다시 한번 잠이란 건 정말 이상한 거다. 그게 어째서 전철을 탈 때만 그렇게 졸리운지 알 수가 없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내내, 집에 도착하기만 하면 곧장 침대로 뛰어드리라 맘먹었는데, 결국 이런 걸 만들었다. 얼마나, 이곳에 글을 채울지 알 수 없다. 내 모든 일이 그러한 것처럼, 곧 시들해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만들어 놓고 나니 마음이 흐믓하다. 그러니까, 이건 일기장이다.
처음의 결말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나는 왜 항상 결말을 예측하지 못하는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나는 나의 소설이 그 안에 어떤 힘이 있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작자인 동시엔 독자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처음엔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이젠 나름대로 인정해 버린다. 분명 이 소설의 내 결말은 헤피엔딩이었다. 주인공은 결국 Y의 집을 찾아가면서 새롭게 Y와의 관계를 시작해야지 그리고 H와의 관계또한 다시 전화를 걸어서 주인공이 너를 좋아해 라고 말하면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든 내가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