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내 소설을 말한다. '개죽음' 본문
처음의 결말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나는 왜 항상 결말을 예측하지 못하는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나는 나의 소설이 그 안에 어떤 힘이 있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작자인 동시엔 독자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처음엔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이젠 나름대로 인정해 버린다. 분명 이 소설의 내 결말은 헤피엔딩이었다. 주인공은 결국 Y의 집을 찾아가면서 새롭게 Y와의 관계를 시작해야지 그리고 H와의 관계또한 다시 전화를 걸어서 주인공이 너를 좋아해 라고 말하면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든 내가 이 소설에 붙들고 있었던 주제는 관계였다. 나이트에서 죽은 Y와의 만남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처럼 관계란 단지 서로를 붙들고 그리고 그 붙든 관계를 끊어버리는 그런 것은 아니어야 했다. 나는 아직도 어떤 것이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친구의 죽음앞에,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일방적인 관계의 끊어짐에서 담담했던 '나'와 Y와의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안다. 그런 관계란 그냥 손을 놓기만 하면 모든게 정상이 되는 것이다. 쾌락을 위한 H와의 관계또한 만날 수 없다면 서로 육체를 확인할 수 없다면 의미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관계란 너무 쉽게 끊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거울에 얼굴을 처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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