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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수업시간에 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이런 노래가 떠올랐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이게 동요였던가? 아무튼, 요즘의 내가 그런 기분일세. 어느 교수가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라는 질문을 칠판에 썼었지. 나 또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한동안 찾고 있었던 것 같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거기에 정답이 있겠는가? 우리가 무엇을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즐겁게 춤을 추는 수밖에. 왜 춤을 춰야 하는지? 이 즐거움이 어디서 오는지? 누구를 위해? 어떤 춤을?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보지만, 정작 난 춤을 추고 있지 않았던 걸세. 춤을 추지 않는 사람이 어찌 그 답을 알겠나? 내 말의 포인트는 이걸세. 언젠가 멈춰서 생각해 봐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춤을 춰야 한다는 거라고. 멈..
아침 8시에 카페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지 않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약 2시간을 더 잤다. 이상한 일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침대에 누워서 잘 걸 후회하면서, 욕을 하면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침대에서 약 3시간을 더 잤다. 일어나보니 1시다. 몸이 약해진 건지, 마음이 약해진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자대에 배치를 받은 것이 6월 쯤 되었으니까, 아마 첫 면회는 6월 말이나, 7월 쯤이었을 거다. 어머니는 아주 차갑게 식힌 비락 '식혜'캔을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이제 식혜도 캔 음료로 나오네 라고 새삼스러워했다. 고작 두 달 정도 지났을 뿐인데, 그깟 캔 식혜에 내가 세상과 아주 오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처럼 느꼈다. 그 날 밤 내내, 나는 빗소..
이 홈페이지의 디자인은 사실 다른 사람의 것을 흉내낸 것에 불과합니다. 항상 그렇듯이 말이죠. 이렇게 자꾸 흉내내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도 뭔가 그럴듯한 것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넌 대단한 걸 잃어버린 양 호들갑을 떨지만, 마치 세상 전부를 잃은 것처럼 말이야. 허나 네가 잃은 건 그녀가 네게 주었던 '다정함'일 뿐이야. 하나의 사랑도, 4월의 100퍼센트의 소녀도, fresh한 겐조 향수내음도, 자주 쓰다듬던 머리칼도, 매끄러운 피부의 감촉도 아닌 여자의 친절한 배려, 다정함,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그건 이미 사라졌어. 오래된 책에서 10년전의 나뭇잎 책갈피를 찾아내듯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괜찮아. 누구나 알겠지만 '다정함'에는 개성이 없지. 더 예쁜 다정함이 없듯이, 더 못난 다정함도 없고, 호감이 가는 다정함, 혹은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다정함도 없어. 다정함은 다정함일 뿐이라고. 물론 꼭 같진 않겠지만 그녀가 줬던 그만큼의 다정함은 언제든 구할 수 있을거야. ..
오랜만의 비다. 창문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고 물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얼굴을 가린 우산의 행렬을 바라본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작은 잎사귀들이 흔들린다. 가만히 바라보니, 빗방울 때문이다. 새로 산 테이프의 비닐껍질을 벗겨 카세트 데크에 꽂아 넣는다. 볼륨을 조절한다.
환상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환상 이외의 달리 무엇과 싸워야만 한단 말인가?
봤어? 날씨가 구질구질해. 잊어버려. 내가 잘못한 거지? 그 말은 네가 편해지기 위해서 하는 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