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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나이가 들면, 사람이 꼭 현명해지는 건 아니더라도, 아는 건 많아지는 법이다. 적어도, 기억력만 좋다면 말이다. 가령, 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비둘기를 싫어하는 여자가 있다는 걸 몰랐다. 후배녀석은 나를 쳐다보더니, '비둘기 싫어하는 사람 많은데'라고 말한다. 하여간, 난 그 많은 사람들 중, 오늘 처음으로 한 명을 만나 본 셈이다. 귀뚜라미를 싫어하는 여자는 알고 있다. 왜 싫으냐는 질문에, 귀뚜라미는 특히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섭다는 대답이다. 아, 이 정도면 설득력있다. 어쩐지 인생의 진실이 들어있는 말 같다. 책상 앞에 써 붙여 놔도 손색이 없다. "귀뚜라미가 무서운 건, 그것이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왜 싫은데? '그 발이 싫어요, 그리고, 특히 퍼덕퍼덕 대는..
가끔, 내 자신에게, 재능이란 게 있는가 라고 묻게 된다. 정확하게 말해서, 가끔이 아니라, 자주 묻는다. 그러한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또 이러한 질문을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소설가가 되는가?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문장을 쓰게 되는가? 분명한 건, 소설가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잘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이다. 마치, 얼굴이 예쁜 여자애에게 '커서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말보다 누군가 타인의 말을 잘 듣는 아이에게 우린 이렇게 말해야 될 것이다. '넌 커서 소설가가 되면 되겠네.'라고. 타인의 말을 잘 듣는다는 건, 분명 재능이다. 아주 특별한,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 재능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어디 남의 말을 잘 들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