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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텅 빈 복도
'텅 빈'이란 표현을 쓰고 나면, 본능적으로 다시금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곤 했었다. 마치, '앵두 같은 입술'처럼 그건 이미 죽어버린 이미지가 아니던가. 이런 표현은 수 없이 많다. '파란 하늘', '날카로운 칼날'. '빛나는 보석' 등등. 하지만 가끔, '텅 빈'이란 표현을 다시 지우고 오랫동안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 자리에 어떤 다른 말도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텅 빈 복도' '텅 빈 복도'라는 말과, '텅 빈 복도'라는 이미지는 서로 딱 달라붙어서, 나로선 둘을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난, 살아오면서 몇 번이고 그런 '텅 빈 복도'를 만나곤 했었다. 제일 처음, 나의 '텅 빈 복도'의 이미지가, '텅 빈 복도'라는 말을 만나게 된 것은, 군에 있을 ..
단상
1999. 11. 15.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