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텅 빈 복도 본문
'텅 빈'이란 표현을 쓰고 나면, 본능적으로 다시금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곤 했었다. 마치, '앵두 같은 입술'처럼 그건 이미 죽어버린 이미지가 아니던가. 이런 표현은 수 없이 많다. '파란 하늘', '날카로운 칼날'. '빛나는 보석' 등등.
하지만 가끔, '텅 빈'이란 표현을 다시 지우고 오랫동안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 자리에 어떤 다른 말도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텅 빈 복도'
'텅 빈 복도'라는 말과, '텅 빈 복도'라는 이미지는 서로 딱 달라붙어서, 나로선 둘을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난, 살아오면서 몇 번이고 그런 '텅 빈 복도'를 만나곤 했었다. 제일 처음, 나의 '텅 빈 복도'의 이미지가, '텅 빈 복도'라는 말을 만나게 된 것은, 군에 있을 때였다. 첫 휴가를 나갔다 부대로 복귀하는 열차 안에서, 그 '텅 빈 복도'는 나를 찾아왔다. 난, 긴 복도에 혼자 남겨진 벌받는 아이를 떠올렸다. 분명, 내가 뭔가를 잘못했고, 그래서, 나 혼자 그곳에 남겨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몇 분전까지만 해도 창 밖에서 들리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어느 틈엔가 들리지 않게 되면, 텅 빈 복도의 고요함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얼마만한 시간이 흘렀을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담임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늦은 오후의 햇살은 바닥에 일그러진 사각형의 도형을 그려 놓았다.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일그러지고 더욱 길어지는 햇살의 도형을 바라본다. 하지만, 언젠가 빛도 사라질 것이다.
나의 '텅 빈 복도'에는 구원이 없다.
그곳은 언제까지나 텅 비어 있고, 언제까지나 아이는 그곳에 혼자 남아 있다.
하지만 가끔, '텅 빈'이란 표현을 다시 지우고 오랫동안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 자리에 어떤 다른 말도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텅 빈 복도'
'텅 빈 복도'라는 말과, '텅 빈 복도'라는 이미지는 서로 딱 달라붙어서, 나로선 둘을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난, 살아오면서 몇 번이고 그런 '텅 빈 복도'를 만나곤 했었다. 제일 처음, 나의 '텅 빈 복도'의 이미지가, '텅 빈 복도'라는 말을 만나게 된 것은, 군에 있을 때였다. 첫 휴가를 나갔다 부대로 복귀하는 열차 안에서, 그 '텅 빈 복도'는 나를 찾아왔다. 난, 긴 복도에 혼자 남겨진 벌받는 아이를 떠올렸다. 분명, 내가 뭔가를 잘못했고, 그래서, 나 혼자 그곳에 남겨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몇 분전까지만 해도 창 밖에서 들리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어느 틈엔가 들리지 않게 되면, 텅 빈 복도의 고요함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얼마만한 시간이 흘렀을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담임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늦은 오후의 햇살은 바닥에 일그러진 사각형의 도형을 그려 놓았다.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일그러지고 더욱 길어지는 햇살의 도형을 바라본다. 하지만, 언젠가 빛도 사라질 것이다.
나의 '텅 빈 복도'에는 구원이 없다.
그곳은 언제까지나 텅 비어 있고, 언제까지나 아이는 그곳에 혼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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