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새벽달 본문
훈련소 시절, 매일 아침 훈련병들은 모두 연병장에 집합했습니다. 기상과 동시에, 이불을 개키고, 전투복을 입고, 전투모를 쓰고, 집합하기까지 약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기상나팔이 불고 10분 뒤에 전 연대원들은, 연병장에 집합을 완료해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이 나옵니다. 국군도수체조 음악입니다. 연병장은 매우 넓었고, 그 안에 모인 연대원들 숫자는 약 천 명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그들 모두가 매일 아침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음악에 맞춰 반복하는 겁니다. 그 수많은 인간들 중에, 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그 수많은 인간들과 다르게 한 일이라곤,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멀리 떠 있는 새벽달을 바라보던 일이었습니다.
그건 후반기 훈련으로, 입대한지 비록 한 달 정도 지난 후였지만, 어느 정도 군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고, 약 이 주 뒤에는 지겨운 훈련소를 떠나게 되리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해도, 그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난 남은 이 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남은 이 년 내내 내가 반복해야 할 국군도수체조를 떠올리며, 걷잡을 수 없이 막막해지곤 했습니다.
새벽달은, 나에게 항상 그러한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난 잘 모릅니다. 어째서, 가끔씩 날이 환하게 밝은 뒤에도, 달이 떠 있는지. 그건 마치, 마지막 열차를 놓쳐버린 부주의한 승객과도 같습니다. 꼭, 잘못 남겨진 나쁜 기억과 같습니다. 파란 하늘의 새벽달은, 왜 그렇게 하얗게 빛나는 걸까요? 어느 소설에서 그 하얀빛을, 사람의 뼈에 비유하는 걸 보았습니다. 문득, 세월이 흘러, 내 주검의 하얀 뼈가 그렇게 쓸쓸하게 빛날 거라고 생각하면, 내가 살아가야 할 남은 생이, 또 그렇게 막막해지곤 합니다.
그건 후반기 훈련으로, 입대한지 비록 한 달 정도 지난 후였지만, 어느 정도 군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고, 약 이 주 뒤에는 지겨운 훈련소를 떠나게 되리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해도, 그 새벽달을 바라보면서 난 남은 이 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남은 이 년 내내 내가 반복해야 할 국군도수체조를 떠올리며, 걷잡을 수 없이 막막해지곤 했습니다.
새벽달은, 나에게 항상 그러한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난 잘 모릅니다. 어째서, 가끔씩 날이 환하게 밝은 뒤에도, 달이 떠 있는지. 그건 마치, 마지막 열차를 놓쳐버린 부주의한 승객과도 같습니다. 꼭, 잘못 남겨진 나쁜 기억과 같습니다. 파란 하늘의 새벽달은, 왜 그렇게 하얗게 빛나는 걸까요? 어느 소설에서 그 하얀빛을, 사람의 뼈에 비유하는 걸 보았습니다. 문득, 세월이 흘러, 내 주검의 하얀 뼈가 그렇게 쓸쓸하게 빛날 거라고 생각하면, 내가 살아가야 할 남은 생이, 또 그렇게 막막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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