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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비둘기를 싫어하는 여자 본문

단상

비둘기를 싫어하는 여자

물고기군 1999. 11. 1. 03:51
    나이가 들면, 사람이 꼭 현명해지는 건 아니더라도, 아는 건 많아지는 법이다. 적어도, 기억력만 좋다면 말이다. 가령, 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비둘기를 싫어하는 여자가 있다는 걸 몰랐다. 후배녀석은 나를 쳐다보더니, '비둘기 싫어하는 사람 많은데'라고 말한다. 하여간, 난 그 많은 사람들 중, 오늘 처음으로 한 명을 만나 본 셈이다. 귀뚜라미를 싫어하는 여자는 알고 있다. 왜 싫으냐는 질문에, 귀뚜라미는 특히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에 더 무섭다는 대답이다. 아, 이 정도면 설득력있다. 어쩐지 인생의 진실이 들어있는 말 같다. 책상 앞에 써 붙여 놔도 손색이 없다. "귀뚜라미가 무서운 건, 그것이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둘기는 왜 싫은데? '그 발이 싫어요, 그리고, 특히 퍼덕퍼덕 대는 날개짓 소리 같은 것.' 후배녀석은 바로 자신의 앞에서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대고 있는 것처럼 몸서리를 친다.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은 알고 있다. 이유는, 닭이 이상하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배녀석은 덧붙여 말하길, 자기 아버지는 다리가 네 개 달린 동물을 싫어하신다고 말한다. 다리가 네 개 달리지 않은 동물론 뭐가 있지? 새 밖에 없쟎아.

   아, 나도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근사할 것 같다. 가령, 햄버거집에 들어가, 여자가 뭐 먹을래요 물으면, 난 근엄하게 '난 햄버거 못 먹어'
   '왜죠?'
   '햄버거 안에 들어있는 토마토가 기분 나쁘단 말이야. 꼭 메롱하고 있는 사람 혀 같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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