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눈 내린 스머프 마을 본문
눈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눈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하게 된다. 정작, 눈이 오는 날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코트를 목 끝까지 단추 채우고, 목에는 목도리까지 칭칭 감은 채, 눈이 많이 오던 밤에, 신호등 건너편에 있는 여자를 기다려 본 적이 있다. 신호가 바뀌고, 난 그녀를 마중하러, 중간까지 건너간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다시 되돌아오자 그녀는 내 쪽으로 돌아서더니, 내 머리 위에 묻 은 눈을 털어 준다. 그녀의 목소리.
거리는 한적하고, 우린 아직 갈 데를 정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귤이다. 그 해, 마루에 있던 귤박스는 나무 널빤지로 만들어진 박스였다. 손에 짚히는 만큼 몇 개의 귤을 꺼내, 쇼파에 앉아,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그램을 본다. 빨간 복장의 산타클로스가 나오고, 흰 눈이 덮힌 거리가 나오고, 가끔 하늘을 나는 산타클로스 썰매도 나온다. 내용은 잘 모른다. 그냥 그거면 충분하다. 산타클로스가 나오는 TV 프로그램과, 귤.
여자는, 귤 한 봉지를 사자고 한다. 아니, 내가 사자고 했었나? 우린 검은 비닐 봉지에 천 원 어치의 귤을 담아, 2층에 있는 카페로 올라간다. 카페의 실내 조명은, 아주 따뜻하게 보이는 노란빛이었다. 소파도 브라운 계통, 바닥은 목재였다. 커피를 시키며, 웨이터와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았다. 전철이 끊길 때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커피와 함께 귤을 먹는다. 여자는, '커피와 함께 먹는 귤도 꽤 맛있는데.'라고 말한다. 아니, 내가 말했었나? 크리스마스 이브.
예전엔, 죽는다는 각오가 쉬웠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자살은 비겁한 짓이다. 살아서 별별 더러운 꼴을 다 당해야 한다.'
난 가끔 이 세계가, 스머프 마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머프 마을은, 가가멜이 있기 때문에 항상 행복하다. 그리고 난, 일주일 내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스머프가 되고 싶었다. 똘똘이나, 덩치, 편리, 허영이, 투덜이, 욕심이, 이런 스머프는 싫다. 그들은 매일 매일 등장하니까.
눈이 내린 스머프 마을 얘기가 TV에 방영되었던가? 눈이 와도 스머프들은, 웃통을 벗고 있을까?
코트를 목 끝까지 단추 채우고, 목에는 목도리까지 칭칭 감은 채, 눈이 많이 오던 밤에, 신호등 건너편에 있는 여자를 기다려 본 적이 있다. 신호가 바뀌고, 난 그녀를 마중하러, 중간까지 건너간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다시 되돌아오자 그녀는 내 쪽으로 돌아서더니, 내 머리 위에 묻 은 눈을 털어 준다. 그녀의 목소리.
거리는 한적하고, 우린 아직 갈 데를 정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귤이다. 그 해, 마루에 있던 귤박스는 나무 널빤지로 만들어진 박스였다. 손에 짚히는 만큼 몇 개의 귤을 꺼내, 쇼파에 앉아, 크리스마스 특집 프로그램을 본다. 빨간 복장의 산타클로스가 나오고, 흰 눈이 덮힌 거리가 나오고, 가끔 하늘을 나는 산타클로스 썰매도 나온다. 내용은 잘 모른다. 그냥 그거면 충분하다. 산타클로스가 나오는 TV 프로그램과, 귤.
여자는, 귤 한 봉지를 사자고 한다. 아니, 내가 사자고 했었나? 우린 검은 비닐 봉지에 천 원 어치의 귤을 담아, 2층에 있는 카페로 올라간다. 카페의 실내 조명은, 아주 따뜻하게 보이는 노란빛이었다. 소파도 브라운 계통, 바닥은 목재였다. 커피를 시키며, 웨이터와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았다. 전철이 끊길 때까지,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커피와 함께 귤을 먹는다. 여자는, '커피와 함께 먹는 귤도 꽤 맛있는데.'라고 말한다. 아니, 내가 말했었나? 크리스마스 이브.
예전엔, 죽는다는 각오가 쉬웠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자살은 비겁한 짓이다. 살아서 별별 더러운 꼴을 다 당해야 한다.'
난 가끔 이 세계가, 스머프 마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머프 마을은, 가가멜이 있기 때문에 항상 행복하다. 그리고 난, 일주일 내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스머프가 되고 싶었다. 똘똘이나, 덩치, 편리, 허영이, 투덜이, 욕심이, 이런 스머프는 싫다. 그들은 매일 매일 등장하니까.
눈이 내린 스머프 마을 얘기가 TV에 방영되었던가? 눈이 와도 스머프들은, 웃통을 벗고 있을까?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의 말 잘 듣는 사람 (0) | 1999.11.01 |
---|---|
`열심히 살아라` (0) | 1999.10.28 |
해질녘 열차 안에서 (0) | 1999.10.20 |
다리는 없다 (0) | 1999.10.10 |
옛날 노래 나라 (0) | 1999.10.04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