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옥수역 본문
전철을 타고 학교를 다닌다. 7년 동안이다. 7년 중, 3년은 군대에 있었으니, 실제로 내가 전철을 타고 학교를 왔다 갔다 한 건 4년 정도다. 옥수역이란 데가 있다. 3호선과 국철이 만나는 환승역이다. 난 그곳에서 성북행 열차를 타고 회기역까지 간다. 성북행 열차는 일반 지하철과 달리, 열차와 열차의 시간간격이 20분 정도였다. 그러니까, 한 시간에 세 대 정도 밖에 오지 않는다. 또 다른 점은, 열차승강대가 바깥에 있다는 점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열차를 기다려야만 했다. 앞으론 한강이 보인다. 지금에야, 강변도로가 생겨서 볼 게 없어졌지만, 군대를 가기 전만 해도 강과 시커먼 모래톱위로 찰랑거리는 물결을 볼 수 있었다. 열차시간표를 가지고 있지 않던 난 항상 그곳에서 오래 열차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런 기다림이 4년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반복됐다. 같은 자리에 서서, 강이나, 강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열차를 기다리는 일을 무려 4년 동안이나 반복했다. 긴 시간이다. 무슨 일이든, 4년 동안이나 반복하다보면, 거기엔 의미가 생기는 걸까? 난 그 시간들이 좋았다. 어김없이 지정된 시간에 열차는 역에 들어서고, 문이 열리고, 열차를 타고, 난 학교를 간다. 모든 일은 깔끔하고, 더 덧붙일 것이 없었다. 이를테면, 옥수역 승강대에 서 있는 동안 나에겐 열차를 기다리는 일 외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4년은 너무 길었다. 그렇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나에게 어떤 물음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그 물음은 처음엔 농담처럼 시작되었지만, 반복될수록 비이커 속의 화학물질처럼 걷잡을 수 없이 촉매되고, 반응하여 나중엔 전혀 우습지 않았다. 그 물음은 이런 것이다.
'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물론 난 알고 있다. 성북행 열차는 성북까지 간다. 실제로 성북까지 가 본적이 있다. 그리고, 내 목적지는 회기역이다. 지금, 이 열차를 놓치면 지각이라고.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자와 헤어졌거나, 혹은 중요한 시험을 망치고 며칠간 우울했을 적의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도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매해 계절이 바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내 곁을 스치는 바람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처럼, 난 위의 질문에도 답할 수 없었다. 몇 번인가, 타야 할 열차를 타지 못하고, 열차의 꽁무니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뿐이다. 난, 또 어김없이 다음 번 열차를 타야만 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길을 묻지 않았다.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난 노래처럼 살고 싶었어. 물론 넌 믿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건, 정말이야. 오랫동안 나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4년은 너무 길었다. 그렇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나에게 어떤 물음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그 물음은 처음엔 농담처럼 시작되었지만, 반복될수록 비이커 속의 화학물질처럼 걷잡을 수 없이 촉매되고, 반응하여 나중엔 전혀 우습지 않았다. 그 물음은 이런 것이다.
'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물론 난 알고 있다. 성북행 열차는 성북까지 간다. 실제로 성북까지 가 본적이 있다. 그리고, 내 목적지는 회기역이다. 지금, 이 열차를 놓치면 지각이라고. 무슨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여자와 헤어졌거나, 혹은 중요한 시험을 망치고 며칠간 우울했을 적의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도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매해 계절이 바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내 곁을 스치는 바람에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처럼, 난 위의 질문에도 답할 수 없었다. 몇 번인가, 타야 할 열차를 타지 못하고, 열차의 꽁무니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뿐이다. 난, 또 어김없이 다음 번 열차를 타야만 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길을 묻지 않았다. 나에겐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난 노래처럼 살고 싶었어. 물론 넌 믿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건, 정말이야. 오랫동안 나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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