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1999/11/24 (1)
시간의재
베스트 음성사서함
여자는, 종종 내 삐삐 인사말을 직접 바꿔주곤 했다. 분명 당시엔 그러한 일이 유행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비밀번호를 나누고, 인사말을 대신 녹음해주고, 가끔 상대방의 음성사서함도 조심스레 확인한다. 자신이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지 않나 라고 의심해서는 아니다. 그냥 서로의 가장 비밀스러운 개인정보까지 나누고 있다는, 소꿉장난 같은 친밀함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얼마간 각자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여자에게 요구하고, 며칠 뒤, 내 삐삐 인사말은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난 여자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음성사서함을 확인하는 일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난 그날의 ..
단상
1999. 11. 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