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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얼음
배달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얼음을 보았다. 얼음은 보도와 차도 사이의 배수로에 얇게 깔려 있었다. 얼음을 본 건 오랜만이었다. 실제로 겨울이 점점 더 따뜻해져서 얼음이 잘 얼지 않는지도 모르고, 그저 나이가 들면서 내 자신이 무심해졌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울의 배수시설이 좋아져서 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하교길에 빙판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발걸음을 빨리 해 빙판 위를 미끄러지곤 했다. 균형을 잘못 잡으면 호되게 넘어지기도 했는데, 특별히 균형감각이 뛰어났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왼발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한 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들고, 양팔을 옆으로 벌린 채 신나게 미끄럼을 탔다. 빙판이 길면 길수..
단상
2001. 12. 13.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