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무섭다기 보다, '강한'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무섭고 강하다. 흠. 다시 월요일 아침, 약 이 주일 동안, 이곳에 글을 남기지 않았다. 딴은, 슬슬 내 홈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또 귀찮아지기 시작했고, 딴은 개인적으로 바쁜 나날이었기도 하다. 게다가,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이곳에 '일주일을 시작하는 다짐'을 쓰곤 했는데, 내가 근무하는 문리대 교무실의 컴퓨터가 어쩐일인지 지난 주 내내 고장이었던 탓이기도 하다. 어제 밤새, 오늘 세미나 준비를 했다. 자주 밤을 세우고 학교를 갔는데 오늘만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졸려서, 학교 오는 내낸 전철에 앉아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잤다. 흠. 막상 할 말도 없고, 쓰다보니 자꾸 문장이 유치해진다. 게다가 올바른 문장도 되지 ..
알아, 소설만 쓰면서 살고 싶다는 게 욕심이란 걸. 모르긴 몰라도, 소설만 쓰면서 살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그럴 수 없으리라는 걸. 그냥 나는 마냥 게으른 걸. 나는 여전히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우고 있는 걸. 며칠 째 날이 맑고, 담배를 피우러 문리대 2층 동관으로 이어지는 바깥 통로에 서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걸 바라본다. 오랫동안 꿈을 꾸지 않았다. 사람을 가슴에 품지 않았다. 모든 걸 나이 탓이라고, 모든 걸 날씨 탓이라고 변명을 했다. 다짐 하지 않았다.
최악의 주가 될 것 같다. 왼쪽 눈의 멍은 풀리기는 커녕, 점점 심해진다. 내가 아는 누군가는 눈꼬리 바로 옆에 마치 실수로 흘린 커피자국같은 점이 있다. 근데 그게 오래도록 그 사람을 대하다 보면 익숙해져서 점 같은 게 있는줄도 모르게 된다. 그러다,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그제서야 아 점이 있었지 하고 깜짝 놀라는 것이다. 익숙해짐이란 그런 것이다. 왼쪽 눈의 멍은 이틀이 지났는데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마 일주일 쯤 되면 익숙해질테지만 그 때쯤 해서는, 멍도 다 풀릴테지. 결국 멍이란 것은, 특히 눈주위의 멍은 아무리해도 익숙해질 수 없다. 익숙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흐르면 멍은 사라진다. 이것이 멍의 메타포다. 코레일 패스에 대해, 어젯밤 인터넷을 뒤져 알아보았다.
도망치고 싶다. 멍이 풀리지 않는다. 거울을 보기가 지겹다. 일주일쯤.
시간은 정말 빠르다. 내 바램은, 시간이 더욱 빨라지거나 멈춰버리는 것이다. 벌써, 2년이나 지났다. 그리고 벌써, 1년이나 지났고,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 그렇게 해서, 지금 이 순간, 5월 21일. 오늘로써 2000년의 봄도 지났다. 여름은 좀 느리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2000년의 여름은, 이 봄보다 더 느리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내 바램은, 시간이 더 느리게 지나가거나, 더 빨리 지나가거나, 아예 멈춰 버리는 게 아니다. 내 바램은, 삶이 고요해지는 것, 일요일 오후의 구름처럼, 많이 반짝이지 않아도, 아주 고요해지는 것. 그래서 그 시간에 너와 얘기하는 것.
일어났는데, 왼쪽 눈이 잘 안 떠졌다. 얼굴이 퉁퉁 부었군, 생각하면서 만져보았는데 심상치가 않다. 거울을 보니, 누군가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무슨 일일까? 어젯밤, 순대형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재영이와 안강을 만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새벽쯤에 오바이트를 했고, 우산을 잊어버리고, 6시에 회기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언제나처럼 수서에서 구파발까지 몇 번을 왕복했는지, 결국 10시쯤에 남부터미널역에 도착해서 패스를 넣었더니, '안내원에게 문의하세요'라는 경고메시지가 나왔다. 언수형과 권호, 규열이, 정화한테 전화했는데, 결국 정화하고 연락이 닿았다. 그 때가 몇 시였는지 모르겠다. 정화는 너무 늦었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하루종일 계란으로 왼쪽 눈의 멍을 풀면서, 내가 누..
5.18 이 뭘까, 한참을 생각했다. 학교 개교기념일이 5월 18일 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 5.18은...' 이라고 서술어를 찾지 못했다. 하루가 다 지나서야 뭔지 알았다. 신기한 일이다. 소설은 망했다. 다시 읽고, 또 읽어보았는데, '구제'의 길이 없다. 항상 중요한 건 늦게 깨닫는 법이다. 원고지 분량은 다시금 2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