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많은 것들이 예전과 달라져 버렸다. 6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밤 열차를 탄다. 설핏 잠이 들었을까, 깨어서 창 밖을 내다보니 열차는 멈춰 있었고, 아직도 어둡다. 같이 눈을 뜬 옆자리의 동기가 불안을 담고 묻는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지?" 나도 모른다. 그 친구와는 사단 보충대에서 헤어졌다. 참고로 얘기하면 지금 나는 강원도에 있다. 최전방, 서울로 가는 길보다 북한 땅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깝다. 그렇다해도 여전히 내겐 두 곳 다 너무 먼 곳이다. 그리고 이제 일주일 뒤 나는 일병 계급장을 달 것이다. '힘들어?'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힘들었어?'라고 묻는다면, 글세... 웃어버릴지도 모른다. 다 그렇다. 힘들었던 일도 즐거웠던 일도 지난 일은 다..
처음의 결말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나는 왜 항상 결말을 예측하지 못하는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도 그리고 이후에도 나는 나의 소설이 그 안에 어떤 힘이 있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어찌되었든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나는 소설을 쓰면서 작자인 동시엔 독자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처음엔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이젠 나름대로 인정해 버린다. 분명 이 소설의 내 결말은 헤피엔딩이었다. 주인공은 결국 Y의 집을 찾아가면서 새롭게 Y와의 관계를 시작해야지 그리고 H와의 관계또한 다시 전화를 걸어서 주인공이 너를 좋아해 라고 말하면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든 내가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