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추천 앨범 목록을 받습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하여간) 제가 잡부로 일하고 있는 카페에서 틀게 될 텐 데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시끄럽지 않다. 2. 가요가 아니다. 3. 가사가 있어도 되나, 연주곡을 우선으로. 4. 올드 팝, 재즈, 영화음악, 뉴에이지, 클래식 무엇이든. 작고 조용한 카페에서 차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듣고 싶은 음악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단, 노래 한 곡이 아니라, 앨범명을 제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며칠 전부터, 저희 집 마루에 새 덧신이 나타났습니다. 보일러가 안 되는 집이라 겨울에는 덧신이 없으면 정말 바닥이 차갑습니다. 그런데 그 새 덧신은 제가 신고 있는 것과 달리 천도 보송보송하고, 무늬도 훨씬 예쁜 것이었습니다. 분명 아주 따뜻할 것 같은 그런 덧신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어머니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처음의 그 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었더랬죠. 오늘에야,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새 덧신을 사주신 것입니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온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는 친구는 언제나 새 신발을 사면, 주위의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분명히 '새 신'은 '새 옷'이나, '새 가방'과는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 남들보다는 조금 나은 인간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들은 나를 잘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때로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드러나 있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저 친구들은 분명 나보다 더 똑똑하고, 더 성실하고, 더... 그렇지만 말입니다. 내게도 뭔가 자랑할 거리가 있는 겁니다. 그것이 내게만 있는 고유한 것이어서, 단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아직 알지 못하는 것뿐이겠죠. 외로움이란 그런 것입니다. 나중에 정말로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면, 스스로가 미워지게 되면, 외로움도 없어질 겁니다. 내게서 나쁜 냄새가 납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오늘은 두 가지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잘 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1. 얼마만 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오랜만에 제가 오랫동안 몸 담고 있었던, 들녘 소설 창작 합평회에 참석했었습니다. 예전에 같이 합평회를 했던 멤버들이 다 함께 모인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참여한 합평회도 아니었지만 - 오늘 합평회는 네 명이서 둘러앉아 했더랍니다 - 충분히 옛날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어준 자리였습니다. 여전히 그런 자리에서, 호들갑스럽게 말이 많은 나였기에, 좀 지겨운 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전혀 신선하지 않았던 겁니다. 누가 자기 자신이 말하는 방식이나 내용을 신선하다 느낄 수 있겠습니까? 흠. 하여간 저는 이런 걸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옛친구를 만나는 ..
1. 핸드폰을 해지했습니다. 고객센터의 여직원이 '솔'음의 예의 직업적인 목소리 톤으로 해지 이유를 물었을 때, 저는 핸드폰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여직원은 어디 유학이라도 가시나보죠 했고, 저는 귀찮아서 그렇다고, 금방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죠. 집으로 돌아와서 전화를 걸어봤는데, 그 새 제 번호는 '없는 번호'가 되어 있더군요. 대학교 1학년 때, 알게된 어떤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아직도 그 번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죠. 그 번호로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건 3년 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술기운이 떨어지면서 몹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내가 네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니.'하고 서두를 꺼냈던 것 같습니다...
흐음. 사실 '물고기 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연습삼아 매일 같이 길든 짧든 꼭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되지 않는군요. 할 만한 얘기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 집에서 하루 종일 티브이 같은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밤을 맞습니다. 티브이는 정말 인류의 해악입니다. - 이 주제는 재밌을 것 같다 싶어서 쓰기 시작하면 지지부진 문장만 길어지고, 결국 문장도 뭐도 아닌 게 되어버립니다. 내가 뭘 쓰려고 했는지 잊어버립니다. 누군가는, 긴 글이 길게 느껴지지 않게끔 쓰는 데는 나름대로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긴 얘기를 짧게 쓰는 데도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법이죠. 아무튼 왜 자꾸 별 내용도 없이 자주 문장만 길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어렵다.
아침에 배달을 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자, 이런, 또 어김없이 작년 이맘때의 공기가 찾아왔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1년마다 규칙적으로 똑같은 냄새와 빛깔을 가진 세상이 되는지. 마치 옛친구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잘 지냈어? 그래, 술이나 한 잔 해야지. 응응. 이따 다시 연락할게. 배달 나가야 되거든.
1. 일주일 간 시골에 내려갔다 왔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농사를 지었습니다. 죽을 맛이더군요. 다시 군대에 간 기분이었습니다. 일곱 시 기상, 아침 식사, 오전 작업, 점심 식사, 오후 작업, 저녁 식사, 열 시 취침. 게다가 도시가 너무 그립더군요. 나흘 째 되는 날에는, 점심을 먹고 마을 앞 국도 변에 앉아 담배를 한 세 대쯤 피었습니다.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음악 같았습니다. 한 보름이나 한 달을 작정했는데, 결국 일주일만에 도망치듯 올라왔습니다. 죽을 때까지 도시에서 살렵니다. 2. 새 소설을 시작합니다. 이전부터(?) 구상했던 건데, 내용은 극비 - 가 아니고, 운전면허학원에 관한 얘기입니다. (물론 운전면허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