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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4 - 핸드폰 해지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4 - 핸드폰 해지

물고기군 2001. 11. 7. 21:47
1. 핸드폰을 해지했습니다. 고객센터의 여직원이 '솔'음의 예의 직업적인 목소리 톤으로 해지 이유를 물었을 때, 저는 핸드폰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여직원은 어디 유학이라도 가시나보죠 했고, 저는 귀찮아서 그렇다고, 금방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죠. 집으로 돌아와서 전화를 걸어봤는데, 그 새 제 번호는 '없는 번호'가 되어 있더군요.
  대학교 1학년 때, 알게된 어떤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아직도 그 번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죠. 그 번호로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건 3년 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술기운이 떨어지면서 몹시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내가 네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니.'하고 서두를 꺼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이 번호로 전화를 하니 네가 받는구나.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2. 간혹 저는 제 스스로 한심하달 만큼, 때로는 무서울 만큼 '어떤 일'들에 집착하고 합니다. 오늘 문득 그 집착의 방향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제가 아직 '그 일'에 대해 해보지 않은 것들이 있다 라는 겁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저는 그 일에 대해서 아직 하지 않은 것들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 하지 않은 것'을 했을 때, 뭔가 대단한 변화, 제가 원하는 식으로 '그 어떤 일'이 바뀔 거라고 굳게 믿게 됩니다. 그 믿음은 심지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아직 하지 않은 것'을 지금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몹시 후회하게 될 거라고 저를 부추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하듯, 그 '어떤 일'은 이미 끝나버린 겁니다. 그 '끝'은 마치 죽음과도 같습니다. 어떠한 노력도, 시간의 흐름이 만드는 그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멋지게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인생입니다.

3. 이상한 일이죠. 갑자기 제가 굉장히 나이를 많이 먹은 기분이 듭니다. 핸드폰 번호를 해지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어쩌면, 오늘이 수능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면 다시 또 겨울이라 그런가? (기분이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굉장히 나이 먹은 인간'이라고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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