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02/11/29 (2)
시간의재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부조리’가 있다. 첫 번째는, 전체 중에 하나의 요소를 따로 떼어 내어 바라보게 될 때 느끼는 부조리다. 그것은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서는 전혀 부조리하지 않다. 이치에 닿는다. 하지만 억지로 그 문맥에서 떼어내면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 이치에 닿지 않는 일처럼 보인다. 이런 경우는 수없이 많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전체의 문맥에서 어느 한 요소만을 떼어내어, 그것이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매도한다. 하지만 이 첫 번째 ‘부조리’는 진짜 부조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반대로 전체 속의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이치에 닿는다. 누군가 우리에게 그 하나하나를 따로 따로 보여주고 설명한다면 우리는 매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나는 싸움을 잘 못한다. 신체를 사용하여 치고받는 실제의 싸움뿐만 아니라, 말싸움, 또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싸움 등등.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싸움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어떤 싸움이든 했다 하면 이길 자신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싸움에서 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내가 남들과 잘 싸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내게는 절실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컨대 명분이 없는 것이다. 져도 별로 상관없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싸움에서 내가 덜 상처받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때로 술이 취하면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고는 한다. 싸우고 싶어진다. 또 여기서 ‘논쟁’과 ‘의견교환’을 구별할 필요도 있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