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02/11/15 (2)
시간의재
장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매해 겨울, 장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장갑을 사 본적이 없습니다. 제가 장갑을 끼고 겨울을 보낸 것은 아주 어렸을 때나, 군대 시절밖에 없습니다. 분명 장갑을 끼면 손이 아주 따뜻해집니다. 손이 시린 걸 제가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저는 장갑을 사지 않는 걸까요? 언젠가는 분명 장갑을 끼게 될 겁니다. 제가 장갑을 사지 않는 데 별 이유가 없는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장갑을 사는 데에도 별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장갑을 끼고 겨울 거리를 걸으면서, 제가 장갑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또 오랫동안 제가 장갑을 끼지 않고 겨울을 보냈다는 것도 ..
1. 사람들은 대개 어떤 결과를 두고, 그 결과를 이끈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이유,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어떤 일이 발생한다고. 마치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처럼 말이다. 그건 분명 맞는 말이다.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언제나 ‘원인(cause)’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모든 게 ‘문제(trouble)’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 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타당한 원인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원인들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어떤 결과,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언제나 그 결과, 그 일이 발생했을 때만, 원인으로 자격을 부여 받는다. 그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이 된다. 여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