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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회색 후드 티
"미안한데, 이 옷 좀 벗을게" 하고 여자가 말했다. 나는 상관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여자는 실내가 더워서 겉옷을 벗는 것까지 나에게 물어보는 것일까? 여자는 모자가 달린 두꺼운 회색 후드 티를 벗었다. 안에는 가슴부근에 영문 로고가 쓰여있는 얇은 면 티를 입고 있었다. 무슨 색이었지?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시내의 어느 한 술집에 자리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새벽에 영업을 하는 술집이 대개 그러하듯이, 조명은 어둡고 자리는 좁다. 여자는 술잔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다. 그게 언제였지? 그리고 어떤 경로를 통해 그 술집에, 그 시간에 우리가 자리를 마주하고 앉게 된 거지? 나는 기억의 선후관계를 하나하나 따져본다. 여러 가지 기억들이 혼동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여자가 벗었던 회..
단상
2001. 10. 9.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