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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미야자키 하야오, "이웃집 토토로", 지브리, 1988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맨 먼저 든 생각은, 그가 자신을 깊숙이 숨겼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쩐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더욱 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말로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나우시카'같은 얘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토토로는, 뭐랄까, 훨씬 밑바닥에 있는 의식이다. 만일 누군가 '세상은 아름답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훼손시키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이 아름답다는 그의 견해는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한 견해가 기본이 되었을 때, 그에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잃어버..
무라카미 하루키, '레이몬드 카버 작품해설', "숏컷", 집사재 쓰여진 말 자체는 단순하다. 원래가 의식적으로 단순한 말을 사용해 글을 쓰는 사람이었지만, 죽음이 가까워짐에 따라 그 경향은 더욱더 강해졌다. 그리고 말 그 자체가 단순해지면, 단순해질수록, 단순한 말의 편성과 구조는 점점 더 연마되고 정교해진다. 간단한 말들을 짜맞춤으로써 심오한 이야기가 가능해진다(거꾸로 된 작품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말년의 카버가 도달한 경지이다. - 레이몬드 카버의 작품 해설(하루키) 중에서 -
* 무라카미 류, [69], 양억관옮김, (예문, 1996) 읽으면서 내내,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꽤나 열심히 읽던 학원소설이나, 하이틴 로맨스가 생각났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라면 알겠지만, 학원소설은 조흔파의 '얄개전'이나 오영민의 '내일모레글피', 그리고 작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쌍무지개 뜨는 언덕' 같은 소설을 말한다. 어째서 학원소설이었을까? 당시에는 본격적인 만화잡지 같은 게 없었다. 그러니까, '보물섬'도 나오기 전이다. 그 시절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잡지는 '어깨동무'나 '새소년' 같은 어린이 잡지였다. 물론 '어깨동무'나 '새소년'은 국민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다른 잡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학원소설이란 그런 잡지에 연재되던 소설이었다...
레이몬든 카버,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해줘], 안종설 옮김 (집사재, 1996) - 에세이 : '글쓰기에 대하여' 발췌 어떤 작가들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 중에서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사물을 바라보는 정확하고 참신한 시선, 또한 그러한 시선을 표현하기 위해 적절하게 맥을 짚어내는 것 등은 재능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 위대한 작가, 심지어는 아주 좋은 작가들도 모두 자신의 고유한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창출해낸다. 이것은 스타일하고도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스타일 하나만을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쓰는 모든 것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서명이다. 그것은 오직 그 자신의 세계일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디오로 본 영화다. 어째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아, 예전에 동네친구였던 녀석이 내게 권해준 영화다. 그 친구는 1년 전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다. 나와는 모든 게 다른 녀석이었다. 끔찍하게 성실하고, 속이야 어떤지 모르지만 겉보기에는 한없이 단순하고 태평한 것처럼 보이는 녀석이었다. 술도 안 한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가끔 내가 많이 손해본 느낌이 드는데, 단 한번도 속얘기를 서로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친구란 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니까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면, 우리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는 게 아닐까?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모든 걸 망친다. 아무튼 그렇게 정반대였던 친구가, 재밌다며 보라던 영화였다. 아마 '너라면 재밌어야 할 영화야'라..
가끔씩 이럴 때가 있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다른 것들과 별도로 따로 챙겨두었는데, 바로 그 때문에 그것만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 인생이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청소를 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안쪽에 달라붙어 있던 곰팡이를 비누를 묻혀 깨끗이 닦아냈다. 재떨이도 물로 씻어냈다. 걸레로 바닥의 먼지를 훔쳤다. 침대 시트도 걷어서, 옥상에 올라가 먼지를 털었다. 일찌감치 서둘러서, 햇볕이 있을 때 일광도 시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방안이 아주 깨끗해졌다. 정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지만, 자동차를 예로 들면, 처음 바퀴를 굴리는 데에는, 바퀴가 구르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보다 더욱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한번 구르게 되면,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최초의 한바퀴를 돌리는 데 드는 힘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멈추게 하는 것은, 이와는 조금 다른데, 가령 그것을 지속시키는 힘을 제로로 만듦으로써, 단지 엑셀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노면과 바퀴와의 마찰력이나 대기중의 공기의 저항이라든지 하는 요소들이 개입되지만, 그래서 그것을 지속시킨다는 것은 그러한 힘들을 거스르는 노력을 뜻하겠지만, 어쨌거나 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출발시키거나 지속시키는 것보다, 간단한 일처럼 보인다. 적어도 그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