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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미야자키 하야오, "이웃집 토토로" 본문

독후감

미야자키 하야오, "이웃집 토토로"

물고기군 2001. 9. 21. 07:00

미야자키 하야오, "이웃집 토토로", 지브리, 1988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맨 먼저 든 생각은, 그가 자신을 깊숙이 숨겼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쩐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더욱 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말로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나우시카'같은 얘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토토로는, 뭐랄까, 훨씬 밑바닥에 있는 의식이다. 만일 누군가 '세상은 아름답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훼손시키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이 아름답다는 그의 견해는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한 견해가 기본이 되었을 때, 그에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답고 흐뭇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슬픈 이야기다. 영화관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의외로 어린이 관객이 많은 것에 대해 당황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상영 내내 뒷자리의 어린애들이 떠드는 바람에 나는 굉장히 화가 났는데, 옆자리의 여자친구는 내가 금방이라도 버럭 화를 내며 일어설까봐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토토로는, 엄밀한 의미에서 어린이 영화가 아니었다. 그들은 영화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것을 잃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야오는 분명 거장이다. 직접 그가 감독을 맡은 건 아니지만, 그의 이름을 통해 처음 본 영화는 '귀를 기울이면'이었다. 그 영화는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그 여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빨리 여름이 왔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구름이라든지, 햇빛, 나무 그림자, 바람 등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그가 그려내는 하늘은, 최첨단의 CG로 만들어냈다는 디즈니의 '알라딘'의 그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단순히 우리의 눈에 보이는 실제 하늘과 가깝게 그려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나는 가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하다. 그것이 순수한 재능의 문제일까, 아니면 유년시절의 특별한 체험 때문일까, 또는 부단한 자기 노력 때문일까 궁금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해도, 나와 같은 유의 인간이 충분히 그것을 그려내고, 내가 그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그것은 축복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그렇지만 '이웃집 토토로' 역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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