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최초의 한바퀴, 지속, 정지 본문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지만, 자동차를 예로 들면, 처음 바퀴를 굴리는 데에는, 바퀴가 구르는 상태를 지속시키는 것보다 더욱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한번 구르게 되면,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최초의 한바퀴를 돌리는 데 드는 힘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멈추게 하는 것은, 이와는 조금 다른데, 가령 그것을 지속시키는 힘을 제로로 만듦으로써, 단지 엑셀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노면과 바퀴와의 마찰력이나 대기중의 공기의 저항이라든지 하는 요소들이 개입되지만, 그래서 그것을 지속시킨다는 것은 그러한 힘들을 거스르는 노력을 뜻하겠지만, 어쨌거나 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출발시키거나 지속시키는 것보다, 간단한 일처럼 보인다. 적어도 그것이 마찰계수가 제로인 실험실의 공간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현실공간이라면 말이다. 최초의 한바퀴, 지속, 그리고 정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정도다. 나는 그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고, 분석적으로 돌이켜봐도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틀렸다. 이제는 그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들은, 다른 무엇보다 그것을 멈추게 하는데 더욱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완전히 멈춰진 뒤에도, 나는 그 힘의 소모로 인해, 분명 아주 오랫동안 내 자신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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