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00/04/20 (3)
시간의재
오늘은, 정말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날이 맑는 날에는 맥주가 마시고 싶은 걸까? 아니,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모든 걸 날씨 탓이라고 돌리고 싶다. (이 구절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또 깜박 언수형에 속아서, 아니 붙잡여서 함께 맥주집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좀 '심각한' 얘기를 들었다. 좀 심각한 얘기여서, 난 좀 심각해여 했지만, 다만 좀 기분이 나빴을 뿐이다. 나는 언수형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건 그들의 문제야.' 그건 그들의 문제다, 라는 건 내 인생의 모토였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화를 낼 만한 누군가가 없었고, 당연한 귀결처럼 나는 외로웠졌다. 나는, 자주 사소한 일에 외로워지고, 사소한 일에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그만큼, 사소한 일..
'문(門)'의 비밀 모든 문에는 손잡이가 달려있다. 손잡이가 달려있지 않은 건, 문이 아니다. 우린 그것을 벽이라 부른다. 손잡이는 문을 벽이면서 동시에 통로이게 만든다. 문의 역설, 열림과 닫힘의 테마는 소통과 단절의 테마다. 그러나 축자적으로 벽을 단절로, 통로를 소통으로 여겨선 안 된다. 이를테면, 문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린 소통할 수 있고, 단절할 수 있다. 먼저 이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벽은 통로이고, 통로는 벽이며, 그러기에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렌즈'는 소통과 단절의 테마를 기본으로 출발하지만, 놀랍게도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소통은 단절이며 단절은 소통이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실제로 문의 상징성 자체가 이미 그것을 드러내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소설..
며칠 동안, 끙끙대다가 오늘에야 겨우 올린다.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문장'조차 되지 않는 문장이 허다하다. 두려운 일이다. 슬럼프일까? 문장이 써지지 않는다. 그러나 올릴 수 밖에 없고, 올려야 했던 건, 그것이 '마감'이기 때문이다. 문장이 써지지 않는다고, 문장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문장이 안 써질수록 문장을 써야 한다. 붓뚜겁을 덮어놓는 식의 짓은 해서 안된다. '렌즈'에 대한 소설평, 제목은 '문'의 비밀. 착각해서 안된다. 이 '문'은 '문'이 아니다. 1학년들, 왜 인트로 안 올리냐? (이제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