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02/10 (4)
시간의재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오랜만에 팻맨시니의 음악을 들으며 담배를 피워 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쩐지 아침에는 그의 음악이 듣고 싶어집니다. 반복되는 세월이란 무엇보다 값진 것이다, 라는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시시하고 뻔한 문장이지만, 이제 몇 달 후에 서른한 살이 되는 저로서는 새삼 절감하게 되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젊은 시절, 꽤나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들, 심장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던 일들도 세월이 흐르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단순히 그 일로부터, 그 감정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와 생각하면 당시에는 분명 보지 못하고 취하지 못했던 관점이 있었던 겁니다. 항상 그..
‘큐브’라는 영화를 보면, 모든 수수께끼를 풀고 바깥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열렸을 때, 마지막으로 남은 세 사람 중 하나가 자신은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다른 사람이 묻습니다. ‘왜?’ 그러자 그 남자는 이렇게 대답하죠. ‘무서워.’ ‘뭐가 무서워요?’ ‘인간의 끝없는 욕심.’ 참 시시한 말이라는 걸 압니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려던 것이, 한낱 이솝우화 같은 교훈이었다는 실망도 듭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그 시시한 말 한마디가 제게서 떠나지 않습니다. 뭐가 무섭지? 인간의 끝없는 욕심. 시시한 말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뭔가 그럴듯한, 또 의미심장한 말들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말을 잘 하는지 증명하고도 싶었고, 또한 그렇게 살기도 바랐습..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소유해선 안돼. 이 말은 누구의 말일까? 누가 내게 가르쳐준 것일까? 왜냐하면, 우리는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소유하는 순간, 그것을 잃어버릴까봐 너무 두려워서 조금씩 조금씩 자기도 모르는 시간에 훼손시키는 거야. 그래서 그것이 이제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을 때, 우리는 이제 아무 고통 없이 그것을 버리게 되는 거야. 그럴듯해?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 이것은 단순한 말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 내 손에 닿지 않는 것, 이미 남의 것. 그래서 그것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 지도 모른다. 또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소유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훼손되어 버리는 ..
차창문을 열고 초여름밤의 뻥 뚫린 대로를 달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거야. 만일 갈 때만 있다면 말이야. 이 시간이나 세계에 대해, 또는 나 자신에 대해 할 말이 있을 때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은 없는 거지. 지독한 시간들은 무시하고 좋은 시간에 집중할 것. 지독한 - 시간들은 - 무시하고 - 좋은 시간에 - 집중할 것. (Ignore the awful times,and concentrate on the good ones! ) 이게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 단상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