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02/09/23 (2)
시간의재
아래 제가 쓴 ‘물고기통신 59’를 올려놓고 다시 한번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모기를 잡음으로써 뭔가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최근에 누군가에게 제 소설에는 ‘나’가 너무 많다, 또는 강하다, 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말이 옳다면, 즉 그가 제대로 읽은 거라면, 그것은 내가 문장을 통해서 ‘나’를 증명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겁니다. 어떻게 사는 게 정말로 현명한 삶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스무 마리의 모기 시체를 마루바닥에 모아놓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분명 거기에는 허무 같은 게 느껴지지만, 산다는 것이 어떻게 뭔가를 성취함으로써만 행복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어제 저녁 마루에서 티브이를 보다가, 작정하고 모기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훈증 홈매트도 떨어지고, 뿌리는 모기약도 다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 여름도 아닌데 앵앵거리는 모기 소리를 참고 있을 이유가 없었던 탓입니다. 가을이 되어서까지 모기에게 피를 뺏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추석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잡은 모기가 근 스무 마리를 넘었습니다. 열 마리를 넘기면서부터 제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껏 저는 한 마리를 잡으면 당연히 집 안의 모기가 한 마리 줄어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창에는 방충망이 쳐져 있고, 바깥으로 통하는 출입문도 닫혀 있었으니까요. 과연 진실이 어떤 건지 알 수 없지만, 열 마리, 그리고 종국에는 스무 마리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