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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어머니는, 저를 믿는다고 하셨죠.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나도 나를 믿지 못하는데. 잘못은 비와 같아요. 우린 잘못을 피할 수 없죠. 작은 우산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해요. 잘못은 우리의 뿌리예요. 잘못이 없어지면, 우리도 살아갈 수 없어요. 근데 어떻게 세상이 완전해지리라 희망할 수 있죠? 사람들은, 내게 거짓말을 시켰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아픔은 용서의 대가가 아니죠. 그렇죠. - 언젠가의 메모
재수 시절, 한 넉 달간 놀았는데, 처음 두 달은 노는 게 재밌어서 놀았고, 나머지 두 달은 두려워서 놀았지. 이건 두려움의 비유야. 다음은 외로움.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아무리 돌려보아도 라디오 채널이 잡히지 않는 거야. 미치겠더군. 미치게 외롭더라고.
백민석의 문장을 다시 읽었다. 문득 그의 소설 중의 한 장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여졌는지 궁금했다. 여전히 솜씨 좋게 얽어놓은 문장들이었다. 그에게는 확실히 재간이나 솜씨가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다. 탁월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어디다 자랑해도 좋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매력적이지는 않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문장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그 문장들을 솜씨 좋게 잘 다루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문장은 잘 다듬어서 소설이라는 구조 속에 집어넣어 그 맛을 충분히 살려내야 할 무슨 재료 같은 게 아니다. 좋은 문장이란, 소설 속에 쓰여진 문장이 아니라, 소설 속에 쓰여지지 않은 문장이다. 우리는 그것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다.
편의점에서 담배 세 갑과 1.5리터 짜리 다이어트 콜라 페트 병을 샀다. 오천 사백 원이 나왔다. 냉동실의 얼음판을 꺼내 안에 있는 얼음을 빼내고 새물을 채워서 도로 넣었다. 집 안에 있는 컵 중 가장 큰 컵을 꺼내 얼음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콜라를 붓는다. 급하게 부은 탓인지 거품이 많이 올라서 잠시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콜라와 얼음으로 가득 찬 컵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마루의 불을 끄고, 방안의 불도 끈다. 시디 플레이어에 김건모 5집 시디를 집어넣었다. 지금은 세 번째 곡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김건모 5집이다. 언제 노래였지. 1998년 여름이다. 그 해 여름 나는 장지동의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다. 집에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오고 가는 내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녔..
청소를 하는 중이다. 이제 방 청소는 마치 연례행사와도 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계절별이든, 분기별이든, 일 년에 네 번 정도는 밤을 새워 방을 청소한다. 그만큼, 청소할 거리가 있다. 나름대로 요령도 생기고, 체계도 생겨서, 맨 먼저 하는 일은 옷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순서대로, '책정리', '프린트물 정리' 등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매번 달라지는데, 이번 청소의 테마는 아무렇게 치워놓았던 옛날 컴퓨터와 그 관련부품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참고삼아 얘기하면 전번 청소의 테마는, '책상서랍정리'였다. 그래서 아직 책상 서랍은 양호한 편이다. 프린트물을 정리하면 지난 번 청소를 언제 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데, 가장 지난 프린트물이 들녘 창작집과 관련된 걸 보니, 3월 말 경이 아니었나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