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좋은 문장 본문
백민석의 문장을 다시 읽었다. 문득 그의 소설 중의 한 장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여졌는지 궁금했다. 여전히 솜씨 좋게 얽어놓은 문장들이었다. 그에게는 확실히 재간이나 솜씨가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다. 탁월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어디다 자랑해도 좋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매력적이지는 않다.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문장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그 문장들을 솜씨 좋게 잘 다루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문장은 잘 다듬어서 소설이라는 구조 속에 집어넣어 그 맛을 충분히 살려내야 할 무슨 재료 같은 게 아니다. 좋은 문장이란, 소설 속에 쓰여진 문장이 아니라, 소설 속에 쓰여지지 않은 문장이다. 우리는 그것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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