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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외로움이란 어떤 것일까? 난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 그런 이유로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그 중 국민학교와 고등학교는 큰 길 너머에 있었고, 둘 다 육교를 이용해 길을 건어야 했다. 물론 다른 육교다. 국민학교 시절, 육교 위엔 참 많은 것들이 있었다. 두 손만 앞으로 내민채 고개를 푹 숙이고 엎드려 있던 어린 거지의 신발 상표는 페가수스였었다. 그 안에 석고를 부어, 여러 형태의 인형을 만드는 노란 고무틀을 파는 장사꾼도 있었고, 분명 속임수였겠지만, 가장 긴 고무줄을 골라내면 필통이나 색연필 같은 것들을 상품으로 주던 야바위 꾼들은 가끔씩 모습을 보였다.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잊지 않고, 우리에게 주의를 주던 불량식품을 팔던 장사군도 있었다. 시큼한 맛을 내던 분홍색..
비가 내릴 때마다 오랫동안 되풀이했던 버릇이 하나 있다. 레코드 점에 들어가 새 테이프를 사서, 좌석버스를 탄다. 빠닥빠닥하는 비닐 껍질을 벗기고, 워크맨에 테이프를 집어넣는다. 속지를 본다. 가사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본다. 거리는 금새 어두워진다. 비가 오는 탓이다. 밤이 되지 않았는데도, 차들은 전조등을 밝히고 있다. 상점들도 불을 켠다. 불빛들은 차창면에 흔들린다. 난 몇 번이고 김이 서리 창을 닦는다. 거리는 똑같은 거리다. 난 이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하지만, 단 한번도 거리가 내게 친숙했던 적은 없다. 난 항상 버스를 타고 거리를 본다. 거리는 기억처럼 흐릿하다.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왜 그 사람들의 얼굴이 내 마음을 흔드는 건지 난 모른다. 왜 자꾸만 차창면이 흐려지..
친구의 차를 타고, 비가 내리는 밤의 거리를 달린다.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된다. 이를테면,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이, 시간의 결을 뛰어넘어 현재에 달라붙는 듯한, 그래서 그 일련된 시간들이 한 개의 제목에 각각 다른 번호를 매긴 작품목록이 되는 듯한 기분이 된다. 작품제목은, [친구의 차를 타고 거리를 달린다] 그렇다. 난 일 년 전의 여름을 떠올린다. 여름 장마가 막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거라는 일기예보를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단 며칠, 하늘은 가을처럼 맑고 구름은 풍성하다. 구름의 그 하얀빛은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조명 같다. 거리에는 아직 비의 냄새가 남아 있다. 창문을 열고 한껏 공기를 폐에 담는다. 친구의 차를 타고, 옛날 노래를 들으며 아무리 달려도 더 가까워지지 않는 먼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