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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친구의 차를 타고 본문

단상

친구의 차를 타고

물고기군 1999. 9. 25. 03:34
친구의 차를 타고, 비가 내리는 밤의 거리를 달린다.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된다. 이를테면,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이, 시간의 결을 뛰어넘어 현재에 달라붙는 듯한, 그래서 그 일련된 시간들이 한 개의 제목에 각각 다른 번호를 매긴 작품목록이 되는 듯한 기분이 된다. 작품제목은, [친구의 차를 타고 거리를 달린다] 그렇다. 난 일 년 전의 여름을 떠올린다. 여름 장마가 막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거라는 일기예보를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단 며칠, 하늘은 가을처럼 맑고 구름은 풍성하다. 구름의 그 하얀빛은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조명 같다. 거리에는 아직 비의 냄새가 남아 있다. 창문을 열고 한껏 공기를 폐에 담는다. 친구의 차를 타고, 옛날 노래를 들으며 아무리 달려도 더 가까워지지 않는 먼 구름을 바라보며, 역시 그 전 내가 군대에 가기 전 어느 날 친구의 차를 타고 달리던 새벽의 거리를 떠올린다.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 우린 차를 세워, 분명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어딘가 남의 집에서 가방을 배게 삼아 불편한 잠을 자고 난 뒤였을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을 먹는다. 다시 차에 타고, 난 괜히 백 미러로 보도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아, 그 때 또 난 무엇을 떠올리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 내가 재수시절, 자주 가곤 했던, 홍대 앞 서교동 카페골목을 생각한다. 그 가을, 난 노란색 스웨터를 입고, 주머니엔 항상 두 갑의 담배를 넣고 다녔다.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내 지난 삶을 내 스스로 아무 의미 없는 시간들이었다고 자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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