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다시 옛날 노래 나라 본문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군대를 가기 전, 내 방은 4층이었고 책상 옆으로 창이 있었다. 창을 통해 보이는 거리라고 해봤자, 아주 단조로운 아파트촌의 풍경이었지만 가끔 그 풍경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진다. 가로등이 있었고, 빼곡이 주차된 차들, 키 큰 나무들이 있었다. 그 집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새벽에 눈이 오면 가로등 불빛 속으로 날리는 눈발을 십 분이고 이십 분이고 바라보곤 했다. 바로 맞은 편 가까이 똑같은 층의 아파트 건물이 있어서 하늘이 넓게 보이지 않았지만, 맑은 날의 새하얀 구름이나 잔뜩 찌푸린 날의 흐린 하늘 빛깔도 좋아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 시절 나는 이런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불현듯 좋은 노래가 나오면, 재빨리 방안의 불을 끄고 담배를 입에 문다. 의자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다리를 책상 위에 올린다. 그리고 음악이 다 끝날 때까지, 어둠 속에서 가만히 담배를 피운다.
나는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 가만히 음악을 듣는 것, 기억을 더듬고, 어둠 속에서 사물들을 바라보는 것. 특별히 나는 그런 시간을, '고요해진다'고 표현한다.
어째서인지 모른다. 어째서 나는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저 가만히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이제는 지나가 버려서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들을 떠올리기 좋아하는지. 그것은 나쁜 버릇일 거다. 누군가는 분명히 '너는 그곳에서 한발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항상 나다. 내가 내게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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