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뒤틀림 본문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언제나처럼 운전기사에게 라디오를 틀어달라고 했고, 에어컨이 시원찮은 탓인지, 조금 더웠다. 고가를 탔고, 다시 내려왔다. 세종 호텔 앞은 너무 환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내내, 그의 뒤틀린 팔을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생의 무게를 버텨내기에 너무나 허약하다. 누군가는 자신을 단련시키고, 누군가는 자신의 생을 가볍게 하는 법. 내 가벼움은 초라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뒤틀린 팔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어째서... 어째서 자기 생을 가볍게 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 거지. 어째서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어째서 한 발쯤 뒤로 물러나지 않는 거지.
누가 그랬더라? 이 사람은 안 그러면 죽어. 삶이란 것은, 언제나 죽음의 유보일 뿐인가.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덜 죽어있는 건가.
구급차가 길 건너편에서 우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아주 잠깐 기다렸다가 곧 그 쪽으로 뛰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 나보다 먼저 달려간 사람이 있었다. 구급차가 유턴을 하면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그 사람의 등 뒤로 역광을 만들었다. 눈물이 날 뻔했다. 왜 그러면 안 돼지. 왜 그렇게 삶을 향해 뛰어가면 안 돼지?
다시는 지금 이 질문들을 하지 않겠다. 정말이다. 유치한 질문은, 한번이면 족하다.
ps : 엑스레이 검사결과를 보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쫓기듯 돌아섰다. 아직, 다른 친구들은 학교 근처에 있다. 정확한 정보는, 그들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팔 이외에는, 괜찮은 것 같다. 혹,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중,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사족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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