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17 본문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걸 믿을 수 있어? 마치 투명한 물에 한 방울의 파란 잉크가 떨어지듯이.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변화인 것처럼 느끼지. 그건 그저 한 방울의 잉크고 뭐라 할 것도 없이 양적으로 물이 훨씬 더 많으니까. 게다가 지금껏 그것은 ‘꽤 오랫동안’ 투명한 채였던걸. 하지만 그 변화를 바라보면서, 또 때로는 저항하기도 하면서, 몸을 흔들면서 내쫓으려고 하면서, 사실은 그 모든 행동들이 오히려 잉크를 도와주고 있다는 걸 모르지.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한 방울의 잉크가 투명한 물을 파랗게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그것을 이전처럼 돌려놓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물에서 한 방울의 잉크를 뽑아내는 일이. 요컨대 ‘에너지’가 필요한 거야. 변화를 되돌리기에는, 알겠어? 바깥의 누군가(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한 거야. 이것은 뭐랄까, 일종의 물리학이지만, 그다지 어려운 개념은 아니야. 왜냐하면 바로 지금, 너 말이야, 너한테도 그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심지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순간에도 그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음이, 한 방울의 잉크가 되는 거야.
이쯤에서 너는 눈치 챘을지도 몰라. 우리는 때로 물속에 사는 한 마리의 물고기인 것처럼 그 모든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이 바로 그 한 방울의 잉크인 거야. 너는 이 말을 우리 자신이 이 세계를 망치거나 구원하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마치 썩은 물고기가 우물을 오염시키듯이,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물론 그런 건 아니야. 잘 생각해야 돼. 너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바로 너한테 지금 일어나고 일들에 대해서. 나는 그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무엇이 잉크고, 무엇이 물이고, 무엇이 물고기인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어떻게 한 방울의 잉크가 갑자기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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