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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115 - 두 달은 공짜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115 - 두 달은 공짜

물고기군 2008. 8. 8. 23:42

석 달치를 끊으면, 두 달은 공짜라는 말에 다섯 달을 헬스를 다니게 되었다. 등록하고 얼마 후 여자 트레이너가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이제 이번 달로 다섯 달이 끝나게 된다. 얼마 전에, 그러니까 약 넉 달이 지난 즈음에, 열심히 기구를 들고 있던 내게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처음에 나를 가르쳤던 트레이너였다. 잘하시는데요, 라는 말로 시작해서 내 자세를 교정해준다. 처음처럼 자세는 쉽지 않다. 그녀가 떠나고서 무게를 낮춰서 교정된 자세로 몇 번 들어본다. 그것은 이제껏 넉달 동안 내가 열심히 했던 자세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며칠 뒤 나는 내가 넉 달 동안 전혀 쓸모없는 근육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그 때문에 어깨가 아팠다는 것도 알았다. 제법 자세가 나왔고, 놀랍게도 거울에 비쳐 보니, 꼭 자세를 바꾸었기 때문은 아니라 해도, 근육의 형태가 드러났다. 대체 왜 그것을 이제야 알려줬는지, 넉 달동안 나는 분명히 그녀가 보는 앞에서 운동했다. 이제 슬슬 이용기간이 끝나가니까 알려준 것 같아, 얄팍한 상술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런데 문득 나한테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무 도움도 필요치 않아요, 귀찮게 뭘 알려주려고 하지 마세요, 라는 표정으로 운동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확실히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사람들이 내 곁에 다가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되도록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가 아닌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일종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옳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원칙적인 측면에서는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니 각론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틀린 것 같다. 그러니까 선배나 고수의 도움이란 것은 대개, 확실한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얄팍한 상술이니, 잘난 체니, 무슨 의도가 있느니 하는 식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설혹 그런 것이라 해도, 어쨌든 근육만 잘 나오면 되는 게 아닌가.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당장 나 자신의 기본적인 태도를 바꾸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 이제 이용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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