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물고기통신 98 - 오늘이 지나면 여름도 지난다! 본문
솔직히 고백하면 대개 집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참 한심스러운 백수 짓을 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오늘은 유독 더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아, 참 한가하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고, 이거 참 오랜만이네 생각하다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위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요 며칠간 벌써 여름이 온 듯 햇빛이 쨍쨍하다가 이렇게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를 맞으니 기분은 새롭군요.
어찌어찌 공짜로 얻게 된 와인을 마시고 있습니다. 지금.
이 홈페이지는 확실히 조금씩 시들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무엇보다 홈페이지의 주인이, 한 없이 늘어져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든 결국 시간이 흐르면 조금쯤은 퇴색되기 마련이겠죠. 그래서 아마도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꾸준하게 어떤 일을 지속한다는 것이, 때로는 참 가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거죠. 물론 한편으로는 별로 흥미롭지도 않고, 대단한 일도 아닌데 참 오래도 시시하게 붙잡고 있구나,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무시할 테면 무시하십시오, 라고 말하는 건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일이겠죠. 어쨌든 저는 계속 글을 쓰겠습니다. 여전히 게으르고, 여전히 발전도 없고 새롭지도 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끝내주는 소설 한 편 쓰게 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올바른 태도를 지닌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냥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랜만에 ‘단상’에 글을 올렸습니다만, 보면 아시겠지만 ‘단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실패한 소설의 부분에 불과하지요.
이제 곧 여름입니다. 전철역에 있는 어느 광고의 헤드카피에 ‘오늘이 지나면 여름도 지난다!’라는 것이 있는데, 과연 무슨 광고일까요?
정답은 ‘헬스클럽’ 광고입니다. 참 설득력 있는 광고죠.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물고기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통신 100 - 하찮음 (0) | 2004.11.09 |
---|---|
물고기통신 99 - 여자친구를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길 (0) | 2004.07.20 |
물고기통신 97 - ‘추억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0) | 2004.04.05 |
물고기통신 96 - 해질 무렵 서울역 (0) | 2004.03.17 |
물고기일기 7 (0) | 2004.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