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오래된 사람 본문
얼마 전에, 아주 오래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일이 있었다. 오래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은 아주 어렵다. 왜냐하면, 그도 나도, 정말 오래된 사람이니까. 바로 지금, 그가 그리고 내가, 서로에게 부재로 있는 것이 더 옳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원칙들을 자기 자신에게 확립하는 일일 테지만, 그것을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분명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술에 취하거나, 순간적인 감정으로, 다른 선택, 다른 행동을 취하곤 한다. 결국엔 후회하고 말지만.
내가 쓴 편지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문구는, '이제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버렸지만'이라는, 부언이었다. 분명히 그렇다. 어떤 슬픔이나 아픔의 존재와,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를테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라는 것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중요하다. 아픔은, '인식'에 있다. 그 폭과 깊이, 그 상처의 크기를 다시금 더듬는 것은, 분명 알지 못할 쾌감과 함께, 그만큼의 쓸쓸함을 던져주는 것이다.
또 한 살 나이를 먹고,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매 시간, 매일, 나이를 먹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들이 또 달라져 버렸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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