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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들녘 홈페이지 1주년 본문

단상

들녘 홈페이지 1주년

물고기군 2000. 5. 11. 18:57
문득, 이전 게시판을 훑어 보게 되었다. 딴은, 재미도 없는 '여성론'이라는 책을 읽는게 지겨워서 였지만, 또 들녘 홈페이지의 디자인이 식상해져서 새로운 업데이트를 해볼까 라는 생각에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소한 일에 곧잘 집착을 한다)

1999년 5월 27일, 규열이의 첫번째글, '내가 첫번째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첫번째 게시판 272개, 두번째 게시판 75개, 현재 게시판 767개의 게시물이 '들녘 홈페이지, 문리대 앞 벤치'에 올라와 있다. 그러니까, 총 1114개의 게시물이다. 그리고,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는 또 한 살을 먹었다. 작년 이맘때, 들녘 홈페이지를 만들겠다고, 밤을 새웠고, 정화를 붙들고, 문리대 7층 전산실에 올라가 나모 웹에디터를 가르치고 텍스트화일을 html 화일로 변환시키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때 우리는 아홉명이었다. 춘섭이형, 나, 규열이, 웅식이, 진희, 형주, 수경이, 정화, 동현이 (빠진 사람없나?) 그러다 춘섭이 형이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웅식이는 군대로, 형주는 2학기때부터 이상한 소문만 무성한 채 사라지고, 수경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채로 세미나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다섯명이 남았다. 그 다섯명중, 나와 진희는 4학년이었고, 동현이는 다음해 군대를 간다고 했다. 그 시절, 우리의 상상력은 이런 것이었다. 내년이면, 들녘에는 회장(문정화)과 학습부장(여규열)밖에 남지 않는다. 그 내년이 바로 지금이다.

문득, 객원들에게 감사한다. 단지 들녘이 다시금 풍성해져서가 아니라, 때로 그들 때문에 내가 아직도 이렇게 즐거워 하면서 '소설'을 붙들고 있구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한 인간의 생을 결정짓는다. 언수형, 권호, 재혁이, 최정화 (빠진 사람 없나?). 누가 뭐라해도 그들 때문에, 들녘은 겨울을 넘길 수 있었고, 2000년을 맞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나를 다시 들녘에 가입하도록 종용했던 춘섭이형과, 선뜻 끼워준 들녘인들, 이제는 자주 얼굴을 볼 수 없지만 함께 합평회하고, 내 재미없는 글을 읽고 기꺼이 얘기해주던 웅식이, 형주, 수경이, 진희, 동현이에게도 감사한다. 물론 아직도 곁에 있는 정화와 규열이도.

아주 늙어버린 기분이다. 괜한 감상에 빠져들고, 지난 생을 정리하는 기분. 무슨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얼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운 일도, 흐뭇한 기억인 걸. (정말 얼굴이 빨개진다)

들녘 홈페이지 1주년 기념식은, 5월 27일날 했으면 좋겠다. 그냥, 술이 먹고 싶다. 문학 얘기도 싫고, 정치 얘기도 싫다. 그래서, 모두들 일 대 다의 관계가 아닌, 일 대 일의 관계로 괜히 어깨도 두드려가면서 이만큼이면 우리 잘한 것 아니냐고 감상에 빠지고 싶다.

ps : 들녘 홈페이지의 역사적인 첫번째 글은, 역시 규열이의 글이다.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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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없음
받음:0 번호:1
이름:여규열 내가 첫번째다! 읽음:20

아직은 공사중 팻말이 어색하기만한 들녘 홈페이지 개통을 축하하며 첫번째 글을 남깁니다.
수고하신 종옥형,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안할게요. (계속 수고~ ^_^;)
여긴 학교 도서관 3층. 소설속 '경수'군이 추락사한 바로 그 장소입니다. 하하하!
정말, 아는 사람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라도 컴퓨터를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드는군요. (무엇보다 저도 홈페이지 하나 만들고 싶군요)
대문의 썰렁함에 비해선 생각보다는 꽤 짜임새있게 짜여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배들한테도 인터넷 주소를 알려주고, 온라인 '들녘일기'를 부활시켰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94년, 95년만해도 들녘 일기장과, 들녘 전용 세미나실이 7층에 있었기에 끈끈한 정과 유대관계가
이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복학하고 보니 예전같지 않군요.
어제 뒷풀이자리에 못가서 아쉽고, 그러고보니 근 2주째 술 한잔 못나눴군요.
합평회 끝나고의 뒤풀이보다 그냥 '술이 고파서' 마시는 술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하게 마시는게 좋잖아요~
하여간 종옥형, 수고하셨고요. 역시 계속 수고하세요~ ^^;
정화는 말로는 투덜투덜대면서 노가다한 성과가 안보이는구나.
다음에 또 올게요, 그럼...이만!!! 휘리릭~


답변이 없습니다. 시간: 1999/05/27 목 10: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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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규열이는 1년 전에도, 지금만큼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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