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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물고기통신 53 본문

물고기통신

물고기통신 53

물고기군 2002. 6. 22. 13:43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누운 채로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들었습니다. 방 안은 조금 어두웠고, 오디오의 패널은 주황빛이었습니다. 거기에 라디오의 주파수가 써 있습니다. 제목도 가수의 이름도 모르지만, 귀에 익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몸을 비스듬히 일으켜 팔로 머리를 괴었습니다. 눈을 감았다가 잠시 후 다시 떴습니다. 어젯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다짐한 일을 기억해냈습니다. 그건 손톱을 깎는 일이었습니다. 손톱을 깎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한 십 분? 오 분? 손톱을 깎고 나서 그것이 다시 깎아야 할 때까지 자라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일주일? 이주일? 대체 누가 그것을 일일이 따져보고 기억하고 있을까요? 손톱은 어느 새 자라있고, 우리는 그것을 아무 감흥 없이, 또 아무 고통 없이 잘라냅니다. 그리고 손톱을 자르고 나면, 당분간 (그것이 얼마만한 기간인지 알 수 없고, 일부러 짐작해보지도 않지만) 우리는 손톱을 자르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매일 손톱이 자란다 해서, 매일 매일 깎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손톱깎이를 서랍에 도로 집어넣고, 서랍을 닫습니다. 저는 손톱을 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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