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바퀴벌레 본문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아니지만, 예전에 살던 집은 워낙 낡은 탓인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바퀴벌레들이 살았다. 당시의 바퀴벌레란, 여름이면 꼬이는 파리나 모기 같은 것과 같아서, 방 안을 왔다 갔다하다 우지찍 뭔가 밟히면, 에이 또 바퀴벌레를 밟았네 넘어갈 정도 였다. 가장 진풍경은, 새벽에 물이라도 한 잔 마시려고 부엌에 들어가 불을 켜면, 싱크대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수많은 바퀴벌레들이 흠칫 놀라며 잠시간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 있다가 - 아니면, 그대로 멈춰 있으면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는 닭같은 어리석음 때문인지 몰라도 - 내가 몇 발짝 다가서며 사사삭 흩어지던 모습이다. 바퀴벌레의 가족체계에 대해 상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묘하게도 마치 소풍을 나온 가족들처럼 큰 바퀴벌레 한 두 마리와, 조그만 바퀴벌레 서너마리가 옹기종기 모인 형태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바퀴벌레가 밤에 극성을 부리며 기어나오는 이유는, 분명 사람을 피해서일 것이다. 아니면, 빛을 피해서나. 그런데, 들녘 게시판에 밤에 유독, 회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슬금슬금 기어나와 글을 읽고 글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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