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목도리 본문
나는 사람의 몸이 어디서부터 늙는지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목이었다. 나는 나중에, 겨울이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겨울이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고, 그녀에게 목도리를 선물했다. 물론 늙는다는 것 자체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어서 비극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고, 처음에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인생은 날 때부터 불공평한 것이고, 그녀는 참 미인이었던 것이다.
나는 짧은 여행에서 돌아와 그녀의 사진들을 보았다. “똑같지 않아요?” 그녀는 말했다.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나는 그녀가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특별히 더 예쁘게 나온 그녀의 사진들을 골라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원래의 사진들 속에 섞어 넣었다.
가끔 나는 그녀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느꼈는데, 단순히 그녀가 이미 늙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말 판에 박은 이야기들이 섞여 있었다. 과연 그 중에 무엇이 지금 그녀가 있는 그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녀를 데리고 갈 다른 장소가 없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비록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 해도 그녀는 나로 하여금, 나 역시 패배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했다.
그녀의 생각은 옳았다. 나는 지금껏 세상과 싸워본 적이 없는데, 결코 변명할 마음은 없지만, 그것은 세상이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라고 느낀다. 나 역시 지는 걸 원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해 나는 기본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들이 잘 됐으면 하고 바란다. 그 다음 그들이 과연 어떤 세상을 만들어낼 것인가는 전혀 짐직도 가지 않지만 말이다. 나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인생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패배 그 자체도 궁금하다. 나는 때로 그것에 대해 무언가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잘 쓸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패배한 사람들이 아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시 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를테면 승부에서 진 사람들은 결코 아무도 용서할 수 없게 되는데, 그들의 용서는 아무도 구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자의 용서는 거짓이다. 이긴 자 또한 아무도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그녀는 결국 떠났고, 나는 다시 한 번 패자가 되었다.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음이 마음 아팠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누리는 삶을 갖게 되기를 바랐다. 나는 이 마음이 그녀를 용서하는 마음이라고 여겨서, 어느 날 행복해졌는데, 금방 나는 그것이 나를 용서하는 마음이란 걸 알게 되었다.
- 손톱깎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