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택시 본문
일행이 전부 넷이어서 택시의 뒷자리에 셋이 타야했다. 나는 가장 나중에 탔다. 이동하는 동안 그녀는 내게 바싹 붙어 있었고, 무릎 위에 올린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우리들은 술에 취해 있었고, 나를 제외한 셋은 목소리를 높여 떠들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가끔씩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면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그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택시는 목적지를 향해서 계속 달리고 있다. 밤은 깊고, 차내는 어두컴컴했지만, 그녀의 얼굴만은 아주 환하게 보인다. 확실히 그녀는 취해 있었고, 나는 자꾸만 술이 깨었다. 이윽고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대화에 참여한다. 나는 더 이상 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내 손 위로 포개진 그녀의 손 등을 바라보았다. 손 등위로 점점이 불빛들이 떨어졌다가 사라졌다. 그들의 대화에 나는 끼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외따로 떨어진 듯한 소외감을 느낀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시선을 주면서, 나는 여전히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손톱깎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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