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사라짐에 대해서 본문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어떤 것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사라지므로, 때로 사람들은 그것을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것들은 그 반대로, 사라짐 그 자체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처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과 깊은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것들은 사라지기를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서, 결국 그렇게 되었을 때 안도와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가 어찌되었든,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난 뒤 - 모든 영원하지 않은 것, 모든 번잡한 것, 모든 눈을 현혹시키는 것이 모조리 사라지고 난 뒤, 마침내 드러나는 것이 세상의 참모습은 아니다. 이 말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사라짐’이 이미 세상에 속해 있는 것이다. 사라짐으로 드러나는 것이 세상이 아니라, 세상으로 인해 사라짐이 드러난다. 분명히 이것은 비유적이고, 개념적인 사실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입장을 바꾸듯이 어느 한 쪽을 자의적으로 취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단지 어떤 하나의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편의적인 선택일 될 것이다. 이를테면 사라짐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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