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잊어버린 변명 본문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 정확히 말해서 규열군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감상과 문제점들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라고 말하는 순간, 난 '내 변명'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던 것이, 그들은 너무나 관대했고, 난 '변명'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적어도 내 '변명'이 궁색하지 않도록 만들어주었다. 한 문장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난 열 문장으로 지지부진하게 풀어냈고, 별 대단하지도 않는 사변들을 떠벌렸다. 소설 속에서, 난 수없이 게을렀고, 치기 어렸고, 치졸했다. 내 이미지들은, 지극히 '헐리우드'적이었고(이 약점은, 내가 1학년 첫 세미나때부터 지적되었던 것이다), 자주 소설의 핵심에 기여하지 못했다.
문작가가 작품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내가 필요이상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난, 내 부끄러움을 가지고 왔고, 그 부끄러움만큼 수많은 변명들을 준비하고, 변명을 말하는 어조와 얼굴표정들을 아프게 연습했다.
난, 이게 자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마침표로 끝나는 모든 문장들에 한가지씩의 변명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문장들은 버렸다. 내가 변명을 만들 수 없었던 문장들은 지웠다. 그것은, 작품을 끝마치고 퇴고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하나의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행해졌다.
들녘은 훌륭했다. 그럼에도 내가 변명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문장들, 가장 구차한 변명으로 용서했던 문장들을 그들은 귀신같이 찾아냈다. 가령 '마치 지옥의 울음'. 그 문장의 변명은, '도저히 다른 표현을 찾아나지 못했습니다'였다. 또 가령, 대화 앞의 말줄임표, '이게 안되나요?' 문장뿐만 아니라, 시제, 구성, 지나친 사변, 조직되지 못한 이미지, 잠언 투의 말. 난 총 열 다섯 개의 항목을 급하게 받아 적을 수 있었는데, 적어도 내가 준비한 수많은 변명에 비하면, 그건 입이 벌어질 만큼의 칭찬인 셈이다.
오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준비한 건 정말 변명이었으니까. 그건 정말, 변명해야 하는 내 '약점'들이었으니까.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들을 저질렀던 나로선, 내 가장 큰 변명은, 그 '약점'들이, 내 실수들이 결국 '나'인걸. 그 잘못들이 나인걸. 소설 속에 적었던 것처럼, '잘못'이 사라지면 내가 사라진다. 난 '잘못'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한 점의 애정도 느낄 수 없다.
역시 용산행 전철을 기다리면서, 난 또 하나의 잠언을 만들었다. 매번 뼈아픈 변명을 준비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소용없었던 것이, 그들은 너무나 관대했고, 난 '변명'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적어도 내 '변명'이 궁색하지 않도록 만들어주었다. 한 문장으로 전달 할 수 있는 이미지를, 난 열 문장으로 지지부진하게 풀어냈고, 별 대단하지도 않는 사변들을 떠벌렸다. 소설 속에서, 난 수없이 게을렀고, 치기 어렸고, 치졸했다. 내 이미지들은, 지극히 '헐리우드'적이었고(이 약점은, 내가 1학년 첫 세미나때부터 지적되었던 것이다), 자주 소설의 핵심에 기여하지 못했다.
문작가가 작품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내가 필요이상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난, 내 부끄러움을 가지고 왔고, 그 부끄러움만큼 수많은 변명들을 준비하고, 변명을 말하는 어조와 얼굴표정들을 아프게 연습했다.
난, 이게 자랑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마침표로 끝나는 모든 문장들에 한가지씩의 변명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도저히 변명할 수 없는 문장들은 버렸다. 내가 변명을 만들 수 없었던 문장들은 지웠다. 그것은, 작품을 끝마치고 퇴고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하나의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행해졌다.
들녘은 훌륭했다. 그럼에도 내가 변명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문장들, 가장 구차한 변명으로 용서했던 문장들을 그들은 귀신같이 찾아냈다. 가령 '마치 지옥의 울음'. 그 문장의 변명은, '도저히 다른 표현을 찾아나지 못했습니다'였다. 또 가령, 대화 앞의 말줄임표, '이게 안되나요?' 문장뿐만 아니라, 시제, 구성, 지나친 사변, 조직되지 못한 이미지, 잠언 투의 말. 난 총 열 다섯 개의 항목을 급하게 받아 적을 수 있었는데, 적어도 내가 준비한 수많은 변명에 비하면, 그건 입이 벌어질 만큼의 칭찬인 셈이다.
오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준비한 건 정말 변명이었으니까. 그건 정말, 변명해야 하는 내 '약점'들이었으니까.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들을 저질렀던 나로선, 내 가장 큰 변명은, 그 '약점'들이, 내 실수들이 결국 '나'인걸. 그 잘못들이 나인걸. 소설 속에 적었던 것처럼, '잘못'이 사라지면 내가 사라진다. 난 '잘못'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한 점의 애정도 느낄 수 없다.
역시 용산행 전철을 기다리면서, 난 또 하나의 잠언을 만들었다. 매번 뼈아픈 변명을 준비해야 하는 삶은,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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