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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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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물고기군 2001. 7. 21. 06:48

  여기는 다시 파리다. 오후 1시쯤에 도착해서, 같이 온 일행과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형네 집으로 와서 씻고 밥 먹고, 메일을 확인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게시판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 시간쯤 산책을 했다. 날씨는 뜻밖으로 쌀쌀해서 거리에서 반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마치 가을 날씨 같았다.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너무 멀리까지 걸어 나온 것 같아 되돌아 걸었다. 그러나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나는 그다지 멀리까지 걸어 나오지 못했다.

  다시 밥 먹고 읽을 책이 없어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었다. 3년 전에 역시 파리의 형네 집에서 읽었던 것인데, 처음 보는 책 같았다. 형이 방에 들어가고 이번에는 찬찬히 게시판의 글들을 읽었다. 생각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게시판이 꽤 돼서 꼼꼼하게 읽자니 금방 시간이 흘러갔다.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동안의 기간을 생각하면 또 그렇게 많은 글들이 아닌지도 몰랐다.

  고작 열흘정도 지났을 뿐인데, 나란 인간이 본래 호들갑스러운 탓인지, 게시판의 글들, 아니 그 글들의 주인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굉장히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 같고, 아주 멀리 떨어진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러다 문득, 열흘 정도일 뿐이다, 게다가 내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더라도 아마 그들 중 대부분은 그 기간동안 보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것은 나를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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