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재
모도시 본문
'모도시'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분명, 일본말일텐데, 우리나라말로 바꿔보면, '똑바로', '반듯이', '일렬로'쯤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말을 운전을 배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차를 몰고 다녔고, 운전병 출신인 친구 녀석이 내게 '운전을 잘하려면 모도시를 잘 해야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모도시는 앞바퀴를 '똑바로', '반듯이', '일렬로' 되돌려 놓는 것을 말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면허시험 코스에도 있는, T자 코스, 후진 주차의 경우에 모도시가 쓰인다. 차를 멈춘 상태에서 운전대를 한방향으로 잔뜩 꺾어 후진으로 ㄱ자 형태로 코스에 들어가게 되는데, 뒤바퀴가 들어가는 방향과 일렬이 되면 앞 바퀴도 따라 일렬로 맞춰주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차는 후진으로 원을 그리게 된다. 모도시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핸들을 푼다'라는 말도 쓴다. 한방향으로 꺾는 것을 '감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모도시는 훨씬 다양하게 쓰인다.
가령, 초보운전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폭이 좁은 도로에서 유턴을 해야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핸들을 한방향으로 아무리 꺾어 들어간다 해도 단번에 유턴이 되지 않는다. 대개 최대한 꺾어 들어가서 차 앞 범퍼가 반대편 보도에 닿을락 말락 할 때, 차를 멈춘다음, 다시 후진으로 각을 만들어야 한다. 각을 만든다는 것은 들어갔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후진하여 차 앞머리를 진행방향의 각에 좀더 가깝게 맞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핸들을 재빨리 모도시 한 다음, 반대방향으로 꺾어서 후진해야 한다. 후진으로 각이 생기면, 차를 멈추고, 다시 모도시한 다음, 또 다시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앞으로 나아간다. 문장으로 쓰려니까 굉장히 복잡하게 보이지만, 핸들의 방향만 정리해보면, 만일 핸들을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유턴은 언제나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왼편 → 모도시 → 오른편 → 모도시 → 왼편의 순서다. 여기다가 차의 기어까지 전진 → 후진 → 전진으로 재빨리 바꿔야 하고, 차의 앞편은 보도, 뒷편은 다른 차가 막아서고 있어, 접촉도 신경써야 한다. 접촉에 너무 신경써서 충분이 꺾어 들어가지 못하거나, 충분히 후진으로 꺾어 나오지 못하면 각이 만들어지지 않아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이 경우 다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최대한 재빨리 수행되어야 하는데, 자신이 유턴해 들어서려는 차선으로 진행하던 차들은 참을성있게 오래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심한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당해보면 정말 식은땀이 난다.
그런데 요즘에야 대부분의 차들이 소위 '파워 핸들'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도시가 쉽지만, '파워 핸들'이 아닌 경우에는 양상이 다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핸들은, 아주 조금이라도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차가 완전히 멈춘 경우에도 핸들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는, 굉장한 힘이 필요하고, 차체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조향장치가 망가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모도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앞의 예를 통해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앞에서 나는 분명히 차를 멈춘 다음, 모도시, 반대방향으로 꺾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차 바퀴가 조금이라고 굴러야 한다면,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차를 멈추고 후진기어를 넣고 후진으로 빠지면서 모도시와 반대방향으로 꺾기를 하는 경우, 아니면 차가 멈추기 전에 미리 모도시를 하는 경우다. 초보운전자의 경우라면, 당연히 전자가 쉬워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차가 멈추고 후진으로 나올 때 모도시와 반대방향으로 꺾기를 한다면 각이 충분히 나올 수가 없다. 차가 후진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바퀴를 조금이라도 굴리면 그 거리는 짧아지기 마련이고 그 때 모도시를 해봤자 이미 늦어버린다. 즉, 전진으로 차가 들어갈 때, 차를 거의 멈추기 직전,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 재빨리 모도시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모도시를 넘어서 한바퀴라도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감아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후진으로 빠질 때 충분한 각을 만들 수 있다. 후진으로 빠질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차가 멈추기 직전 다시 모도시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감아주고, 멈추고, 전진으로 기어를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타이밍이다. 차가 멈추기 직전이라 해서 너무 빨리 모도시를 해버리면 진행방향이 어긋나 버린다. 역시 너무 늦어도 안된다. 장애물과의 거리, 차를 멈춰야 하는 지점, 속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려해야 한다.
말로 설명하니까 굉장한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반복해서 하다 보면,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일단 몸이 익히면 위의 복잡한 과정들은 쉽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수행된다. 아무일도 아니다.
머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차를 멈춰야 하는 지점을 판단하는 일 뿐이다. 차를 멈춰야 하는 지점을 판단하지 못한다면, 혹은 잘못 판단한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되어 버린다.
모도시의 교훈은 이렇다. 만일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 아직 움직이고 있을 때, 멈추기 전에, 바꿀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줘야 한다. 멈춰버린 후에는 핸들을 바꾸는 데 굉장한 힘이 필요하게 된다. 또는 각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서 고생스런 과정을 몇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식은 땀이 흐르고, 자기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말 그대로, 모도시는 앞바퀴를 '똑바로', '반듯이', '일렬로' 되돌려 놓는 것을 말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면허시험 코스에도 있는, T자 코스, 후진 주차의 경우에 모도시가 쓰인다. 차를 멈춘 상태에서 운전대를 한방향으로 잔뜩 꺾어 후진으로 ㄱ자 형태로 코스에 들어가게 되는데, 뒤바퀴가 들어가는 방향과 일렬이 되면 앞 바퀴도 따라 일렬로 맞춰주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차는 후진으로 원을 그리게 된다. 모도시와 비슷한 표현으로는 '핸들을 푼다'라는 말도 쓴다. 한방향으로 꺾는 것을 '감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모도시는 훨씬 다양하게 쓰인다.
가령, 초보운전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폭이 좁은 도로에서 유턴을 해야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핸들을 한방향으로 아무리 꺾어 들어간다 해도 단번에 유턴이 되지 않는다. 대개 최대한 꺾어 들어가서 차 앞 범퍼가 반대편 보도에 닿을락 말락 할 때, 차를 멈춘다음, 다시 후진으로 각을 만들어야 한다. 각을 만든다는 것은 들어갔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후진하여 차 앞머리를 진행방향의 각에 좀더 가깝게 맞추는 것이다. 그러니까 핸들을 재빨리 모도시 한 다음, 반대방향으로 꺾어서 후진해야 한다. 후진으로 각이 생기면, 차를 멈추고, 다시 모도시한 다음, 또 다시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앞으로 나아간다. 문장으로 쓰려니까 굉장히 복잡하게 보이지만, 핸들의 방향만 정리해보면, 만일 핸들을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유턴은 언제나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 왼편 → 모도시 → 오른편 → 모도시 → 왼편의 순서다. 여기다가 차의 기어까지 전진 → 후진 → 전진으로 재빨리 바꿔야 하고, 차의 앞편은 보도, 뒷편은 다른 차가 막아서고 있어, 접촉도 신경써야 한다. 접촉에 너무 신경써서 충분이 꺾어 들어가지 못하거나, 충분히 후진으로 꺾어 나오지 못하면 각이 만들어지지 않아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이 경우 다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최대한 재빨리 수행되어야 하는데, 자신이 유턴해 들어서려는 차선으로 진행하던 차들은 참을성있게 오래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심한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당해보면 정말 식은땀이 난다.
그런데 요즘에야 대부분의 차들이 소위 '파워 핸들'이라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도시가 쉽지만, '파워 핸들'이 아닌 경우에는 양상이 다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핸들은, 아주 조금이라도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차가 완전히 멈춘 경우에도 핸들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는, 굉장한 힘이 필요하고, 차체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조향장치가 망가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모도시는 훨씬 더 복잡해진다.
앞의 예를 통해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 앞에서 나는 분명히 차를 멈춘 다음, 모도시, 반대방향으로 꺾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차 바퀴가 조금이라고 굴러야 한다면,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차를 멈추고 후진기어를 넣고 후진으로 빠지면서 모도시와 반대방향으로 꺾기를 하는 경우, 아니면 차가 멈추기 전에 미리 모도시를 하는 경우다. 초보운전자의 경우라면, 당연히 전자가 쉬워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차가 멈추고 후진으로 나올 때 모도시와 반대방향으로 꺾기를 한다면 각이 충분히 나올 수가 없다. 차가 후진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바퀴를 조금이라도 굴리면 그 거리는 짧아지기 마련이고 그 때 모도시를 해봤자 이미 늦어버린다. 즉, 전진으로 차가 들어갈 때, 차를 거의 멈추기 직전,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바퀴가 구르고 있을 때 재빨리 모도시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모도시를 넘어서 한바퀴라도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감아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후진으로 빠질 때 충분한 각을 만들 수 있다. 후진으로 빠질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차가 멈추기 직전 다시 모도시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감아주고, 멈추고, 전진으로 기어를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타이밍이다. 차가 멈추기 직전이라 해서 너무 빨리 모도시를 해버리면 진행방향이 어긋나 버린다. 역시 너무 늦어도 안된다. 장애물과의 거리, 차를 멈춰야 하는 지점, 속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려해야 한다.
말로 설명하니까 굉장한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반복해서 하다 보면,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일단 몸이 익히면 위의 복잡한 과정들은 쉽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수행된다. 아무일도 아니다.
머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차를 멈춰야 하는 지점을 판단하는 일 뿐이다. 차를 멈춰야 하는 지점을 판단하지 못한다면, 혹은 잘못 판단한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되어 버린다.
모도시의 교훈은 이렇다. 만일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 아직 움직이고 있을 때, 멈추기 전에, 바꿀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줘야 한다. 멈춰버린 후에는 핸들을 바꾸는 데 굉장한 힘이 필요하게 된다. 또는 각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서 고생스런 과정을 몇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식은 땀이 흐르고, 자기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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