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보기 (466)
시간의재
소설 '톨게이트' 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이전부터 한번 간결하게 줄이면 어떤 느낌이 날까 궁금하기도 해서, 약 40매 정도를 다이어트해서 103매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90매 정도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그럴 정도의 능력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혀 새로운 작품을 쓴다는 기분으로 작업을 했고, 이제 마쳤는데, 그다지 달라진 점 없는 같기도 하네요.
배달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얼음을 보았다. 얼음은 보도와 차도 사이의 배수로에 얇게 깔려 있었다. 얼음을 본 건 오랜만이었다. 실제로 겨울이 점점 더 따뜻해져서 얼음이 잘 얼지 않는지도 모르고, 그저 나이가 들면서 내 자신이 무심해졌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울의 배수시설이 좋아져서 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하교길에 빙판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부터 발걸음을 빨리 해 빙판 위를 미끄러지곤 했다. 균형을 잘못 잡으면 호되게 넘어지기도 했는데, 특별히 균형감각이 뛰어났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었다. 나는 왼발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한 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들고, 양팔을 옆으로 벌린 채 신나게 미끄럼을 탔다. 빙판이 길면 길수..
가끔 이유 없이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이유가 있긴 한데, 그것이 과연 그렇게 화를 낼 만한 이유인가 라는 점에서 이유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진짜'이유가 뭘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원래 그런 걸 좋아합니다. 내 자신의 행위나, 의식을 대상으로 소위 분석을 해보는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편협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날카로움은 무뎌지고, 편협함만 늘어갑니다. 좀 더 젊었을 시절에도, 뭔가를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편협함은 늘어가는데, 또 그것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은 줄어듭니다. 아주 고약한 놈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고약한 성질은, 결과적으로, '상관없다'의 입장을 낳습니다. 너는 그렇구나, ..
이제 정말 날이 추워져서 목도리나 장갑을 챙겨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낮에 언제나처럼 배달을 갔다 와서 저녁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써보려고 했습니다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저녁에는 티브이를 통해 프로 농구와 '미스 플라워'라는 영화를 번갈아 보았습니다. 농구는 제가 싫어하는 팀이 이겼고, 영화는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채로, 주인공 여자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여자 주인공의 얼굴이 참 맑다 라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열 시가 넘어서 다시 밖으로 나왔고, 어슬렁 어슬렁 슈퍼까지 걸어가서 담배를 한 보루 사왔습니다. 그 동안 소홀했던 '가계부'도 기억을 더듬어가며 대충 채워 넣고(잔고가 12만원 정도 남았습니다.), '김윤아 1집', '어떤날 2집' 전부를 소리바다에서..
'고통'을 아는 것과, 그것을 느낀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가령, 고통의 기억과, 또는 앞으로 다가올 고통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 그 자체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 세가지는 전혀 다릅니다. 그렇게 해서, 고통의 실체는 우리가 그것을 파악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을 감춥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란 것이, 항상 우리가 그 고통의 와중에 있을 때만 그 실체를 만질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실체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그저 고통스럽다는 상황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 상황 속에서는 어떤 것도 구별되지 않습니다. 고통의 기억과, 고통의 두려움과 고통 그 자체, 그리고 자기 자신이 한데 엉켜서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고 집어삼킵니다. 혼돈입니다. 구역질이 납니다. 아마, 카뮈라면 그 고통..
난 분명 너를 본걸까 많은 사람들 흔들리듯 사라져가고 그 어디선가 낯익은 노래 어느샌가 그 시절 그 곳으로 나 돌아가 널 기다리다가 문득 잠에서 깨면 우리 둘은 사랑했었고 오래전에 헤어져 널 이미 다른세상에 묻기로 했으니 그래 끝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쓸려 그저 뒤돌아 본 채로 떠 밀려왔지만 나의 기쁨이라면 그래도 위안이라면 그 시절은 아름다운 채로 늘 그대로라는것 얼마만에 여기 온걸까 지난 세월이 영화처럼 흘러지나고 그 어디선가 낯익은 향기 어느샌가 그시절 그곳으로 날 데려가 널 음미하다가 문득 잠에서 깨면 우리 둘은 남이 되었고 그 흔적조차 잃은 채로 하루하루 더디게 때우고 있으니 그래 끝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쓸려 그저 뒤돌아 본채로 떠 밀려 왔지만 나의 기쁨이라면 그래도 위안이라면 그 시절은 변함 없..
지금 소설을 올렸습니다. 다시 몇 번을 읽어보니, 역시 부족한 점을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이 소설은 어쩌면 그다지 잘 쓴 소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좋은 작품이 아닐지도 모르죠. (자신감이 자꾸 없어지는 물고기군.) 역시 저는 이 정도 밖에 쓸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바라는 건, 이 소설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마음 말입니다. 이벤트 1. 오타와 비문을 찾아라! - 이 소설에서 오타와 비문, 또는 맞춤법 틀린 곳을 발견해서 제게 알려주시는 분께는, 김동률 3집 전곡을 담은 CD를 드립니다. 물론 불법복제 CD입니다. 우리나라 음반산업을 위해 불법복제 CD 불매운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 시라면, 선물을 거절하셔도 됩..
예, 도저히 입이 근질근질해서 못참겠습니다. 드디어, 의 원장이자, 의 통신원이 소설을 완성시켰습니다. 접니다. 흠. 아무도 놀라지 않는군요. 는 예전에 썼던 것을 슬쩍 이어 어쭙잖게 쓴 거라 제하기로 하면, 이후, 근 7, 8개월 만인 것 같습니다. 아, 역시 게으른 물고기군. 내용은, 흠흠, 역시 잃어버린 사랑에 목놓아 우는 한 남자의 뜨거운 사랑 얘기를 담은, 가슴이 씻겨내리는 감동의 연애소설 --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만, 읽어본 사람에 의하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수요일에 초고를 완성시키고 며칠 간 쉬었다가 본격적인 퇴고를 해 볼 작정이었는데, 아직껏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고칠 데가 없나봅니다. 헤헤. 하여간 개인적으로 저에게 이 작품은 하나의 분기점이..